미시간, 이스트 랜싱에 사는 칼 구드 가족의 아침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단순했다. 식구들이 모두 모여 앉아 아침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다. 부부는 신문을 읽고, 10대인 두 아들이 한눈을 파는 것이라면 TV가 고작이었다. 그것이 불과 얼마 전까지의 아침 일상이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지난 세기의 일이 되어버렸다. 아버지인 칼은 오늘 6시쯤 일어나 직장 이메일과 페이스 북과 트위터를 점검했다. 두 아들, 코울과 에릭은 매일 아침 문자 메시지와 비디오 게임, 페이스북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가족들 저마다 자기 방에서 인터넷 접속
이메일·페이스북·트위터·문자 메시지 등
테크놀로지가 가족 시간 침해 우려 커져
이런 새로운 아침일과가 가족 간 갈등의 불씨가 되었다. 테크놀로지가 가족 시간을 갉아먹고 있다고 이 집의 주부인 돌시는 불평을 하고 있다. 하지만 돌시 역시 아침식사 후 랩탑을 켜기는 마찬가지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이제는 우리 집에서 평범한 일이 되어 버렸어요. 우리 네 식구가 각자 네 개의 방에서 네 개의 컴퓨터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 같은 것이지요”
테크놀로지가 일상생활을 뒤흔들어 놓았다. 테크놀로지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하루의 시작이 과거 예상 가능하던 것에서 완전히 바뀌었다.
인터넷 시대의 미국의 아침이다. 6시간에서 8시간 정도 네트웍 없이 지내고 나면, 다시 말해 잠을 자고 나면, 셀폰이나 랩탑 같은 테크놀로지에 대한 갈증이 극심한 상태로 잠에서 깨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때로 두 다리를 바닥에 딛고 다급한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것보다도 더 먼저 테크놀로지에 손을 뻗는다.
“잠에서 깨면 화장실에 가고 양치질을 하거나 말거나 하고 그리고는 신문을 집어드는 게 보통 아침 일과였지요”
아메리칸 대학 언어학과의 나오미 바론 교수는 말한다. 그는 테크놀로지가 어떻게 우리의 일상 생활에 침투했는 가라는 글을 썼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나부터 시인을 해야겠지요. 내가 제일 먼저 하는 것은 이메일을 점검하는 것입니다”
미시건의 구드 가족의 두 아들들은 셀폰을 침대 옆에 두고 잔다. 자명종을 대신하는 문자 메시지로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서이다. 미시간 주립대학의 강사인 칼은 아들들을 깨우기 위해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
“문자 메시지를 우리 집안의 인터콤으로 씁니다. 그냥 내가 이층으로 올라갈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이 문자 메시지에는 언제나 답을 하거든요”
구드 가족은 최근 가족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데 대한 방책으로 주말에는 테크놀로지 기기들을 끄기 시작했다.
가족들이 방문을 나서기 전부터 온라인 세계로 빠져드는 이런 새로운 현상으로 인해 각 가정은 아침마다 전쟁이다. 그러잖아도 복잡한 아침시간이 더욱 복잡해진 때문이다.
과거 같으면 샤워나 신문을 두고 싸우던 가족들이 이제는 집안에 하나밖에 없는 컴퓨터를 누가 먼저 쓰느냐를 두고, 혹은 가족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 대신 제각기 인터넷 기기들을 써야 될 것이냐를 두고 다툼을 벌인다.
“전에는 담요를 들고 다니던 아이들이 이제는 셀폰을 들고 다닌다”고 샌프란시스코의 주부인 리즈 펄은 말했다. 리즈는 10대인 두 자녀가 이른 아침부터 너무 인터넷에 빠져 있는 데 대해 통탄을 한다.
“침대가 전기코드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면 아이들은 아마 바닥에서 잠을 자겠지요”
온라인 접속 시간이 빨라지는 것은 인터넷과 무선 네트웍 이용 통행량 패턴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인터넷 회사들이 관찰한 바에 의하면 과거에는 사람들이 직장에 출근하는 시간에 인터넷 접속이 폭증했지만 지금은 그 시간이 훨씬 빨라졌다.
인테넷 사용을 분석하는 보스턴 소재 회사 아버 네트웍스에 의하면 미국의 인터넷 접속량은 동부시간 자정에서부터 오전 6시쯤까지 서서히 줄어든다. 그러다가 아침 7시가 되면 로켓을 쏘듯 폭발적으로 접속이 증가한다고 아버의 선임 과학자인 크레이그 라보비츠는 말한다.
페이스북과 아마존 등 사이트의 원활한 접속을 돕는 아카마이에 의하면 인터넷 접속 증가 시간은 그 보다 더 이른 동부시간 아침 6시께다. 버라이존 와이어리스는 지난 7월 한달간 아침 7시에서 10시 사이에 보내진 문자 메시지 수가 1년 전에 비해 50%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어른이건 아이들이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인터넷을 접속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들이 있다. 엄마나 아빠들은 시간대가 다른 지역의 동료들로부터 온 이메일을 점검하는 것일 것이고 아이들은 취침시간이 다른 친구들이 보낸 문자 메시지나 페이스북을 점검하는 것일 것이다. 그리고 그러는 과정에 아이들은 자기 할 일을 종종 잊어버린다.
지난 5월, 뉴저지, 몬클레어에 사는 가브리엘 글레이저는 14세인 딸 모리아에게 생일 선물로 애플 랩탑을 사줬다. 그리고 몇주 사이에 모리아는 스쿨버스를 3번 놓쳤고 매일 아침 20분씩 애완견을 데리고 산보하는 대신 개를 잠깐 밖에 내 보내는 것으로 때웠다.
모리아는 자신이 스쿨버스와 개에 소홀했던 것을 시인했다. 그리고 모두가 페이스북 때문이라고 했다. 꼭 봐야할 것을 밤새 친구들이 올려놓았을 지도 모르니 잠이 깨자마자 인터넷 접속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인터넷 때문에 가족들의 일과가 엉망이 되곤 하자 아침에는 인터넷 사용을 제한하기로 하는 가정들도 있다. 어린이와 연예 관련 비영리기구, 커먼센스 미디아 창설자인 제임스 스타이어는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면 한 시간 동안 블랙베리를 들고 세계 각처에서 온 이메일들을 정리한다. 5세부터 16세까지의 네 아이들 역시 아침 일찍부터 테크놀로지의 유혹에 빠져든다.
결국 이를 보다 못한 주부 리즈가 엄명을 내렸다. 식구들이 아침 식탁에 둘러앉으면 랩탑이나 셀폰은 금지라는 것이다. 아침 식사시간만이라도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으로 지켜 나가기 위해서이다.
<뉴욕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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