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을 떠나 오랜 세월 외국에서 살고 있는 동포들의 모국어 구사는 체류 연륜과 나이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나 자신도 때로 적합한 모국어 어휘가 입에서 금방 튀어 나오지 않아 답답할 때가 있다.
지인들이 몇 명 회식을 한 후 어느 한 분이 “오늘은 내가 쏘지…” 하면 모두들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 TV 드라마 등을 통해 ‘쏜다’라는 새로운 말의 의미를 어느새 배운 것이다. 요즈음 젊은이들이 사용하는 컴퓨터나 문자 메시지 용어들은 구세대인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이해조차 힘든 경우가 많다.
아들 부부가 집에서 멀지 않은 치과의 고객이 된데 이어 나도 같은 치과를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그런데 접수를 보는 젊은 여성이 나를 ‘어르신’ 하고 호칭하는 것에 신선한 충격을 느꼈다.
몇 년 전 인터넷 카페에서 내 나이를 짐작하는 40대의 여성이 내게 메일을 보낼 때 ‘어르신’이란 호칭을 사용하던 일이 떠올랐다. 그저 나이대접을 해주는 것이지만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단순한 나이대접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어르신’이란 이 고운 모국어는 듣는 이의 마음을 기쁘게 할 뿐 아니라 이렇게 불릴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를 다시 한번 돌이켜 보게 한다.
윤효중/ 시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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