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비통한 슬픔의 열기로 가득하다. 얼마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상을 스스로 하직하더니 이번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두 전 대통령이 격동의 한 시대를 살면서 가난을 딛고 역경을 견뎌 낸 사실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 되고 나서 구슬 같은 눈물을 흘리던 장면은 TV 화면으로 보면서 많은 사람이 연민의 정을 느꼈었다.
김 전 대통령은 오랜 감금생활과 사형선고를 받고도 역사의 쇠사슬을 풀고 민주화의 선봉에서 몸을 아끼지 않았다. 대통령이 되어서도 통일을 위해 온 정열을 바쳤다. 화해와 용서를 실천하며 말씀과 믿음을 심어 주었다. 오늘날처럼 메마르고 황량한 시대에 그때의 용기와 희망을 안겨주는 말씀이 다시 그리워진다.
체온이 묻어나는 이웃과의 연민의 말씀이 그립다. 오랫동안 그립던 사람들이 놀던 그 안에서 귓속말에 취해 짜릿한 전율을 느끼던 정겨움이 그립다. 말씀의 수초가 무성히 꽃을 피워야 할 삶에 터전이 메말라가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들을 우울하게 한다.
고국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례식이 국장으로 거대하게 치러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발길을 모아 가시는 영령 앞에서 엄숙히 애도한다. 사람이 태어나고 죽는 것은 자연 현상이다. 올 때가 되면 오는 것이고 갈 때가 되면 가는 것이다. 우리를 고달프게 하는 온갖 속박과 굴레는 욕심과의 충돌에서 생겨나는 괴로움이요 고통이다.
이제 우리는 살아생전 그분과의 인연은 마음으로만 고이 간직해야 될 것 같다. 조금만 더 우리 곁에 있었으면 하는 간절한 욕심과 슬픔은 가슴속에 묻어야겠다. 김 전 대통령은 비록 서거했으나 그의 공적과 사랑은 우리의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다.
안주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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