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시내의 가볼만한 역사적 장소로 손문의 자택과 주은래 자택을 추천한 여행 가이드북에 따라 상해 관광지도를 펼쳐보니 프렌치 콘세션 지역에 빨갛게 표시된 두 점이 서로 가까이에 있었다. 잘됐다 싶어 일행 6명이 택시 두 대에 나눠 타고 일단 주은래 자택으로 향했다.
우리의 택시 기사는 지도를 보여주니 고개를 갸우뚱 하더니만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한참 대화를 주고받은 후 드디어 출발, 내 계산으로 목적지에 다 온듯한데 속도를 줄이더니 지나는 사람에게 문의를 한다. 그리고는 엉뚱한 우회전을 하려는 순간, 다급해진 내가 제스처와 짧은 중국어에 영어를 뒤죽박죽 섞어 직진 하라고 일렀다. 자신 없이 서서히 차를 몰던 기사가 길에 서있는 경찰관에 물으니 바로 앞의 저택을 손가락질 한다. 그는 주은래 저택 경호관이었다.
그 주택에는 중국 공산당 주요 기념관의 팻말과 상해 시 지정 역사관광지 팻말이 붙어 있었다. 우리 보다 앞서 출발한 일행의 택시는 십 분이 지나도 모습을 보이지 않아 슬슬 걱정을 하는데 멀리서 걸어오는 세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택시 기사가 제대로 못 찾고 엉뚱한 데에 내려 주었다는 것이다.
주은래가 중국 공산당 상하이 지부장 시절 머물렀다는 이집에서 공산당과 국민당 사이의 회담이 이루어지는 등 중국 공산정부사에 주요한 유적이라는 설명이 여러 사진들과 함께 집안 벽에 붙어 있었는데 관람객이라고는 외국인인 우리들 외에 할아버지 한분이 있을뿐.
중국인 친구들에게 공산당의 미래를 물으니 빙긋이 웃으며, “당 간부들이 돈 맛을 봤는데 공산주의 계속 하고 싶겠어요?” 한다. 공산당 외에 다른 정당이 생길 수 있는 여지가 있느냐니까 언젠가 대만과 통일하고 국민당이 나서게 되는 시나리오를 생각하는 중국인들이 많단다.
중국이 세계 제일의 리더가 될 가능성에 대한 몇몇 중국인들의 반응도 의외였다. 중국은 통일국가로 남기 보다는 구 소련처럼 여러 나라로 갈라질 확률이 높다는 것이었다. 티베트나 신장 지역 등 소수민족들이 독립해나갈 것을 예상하는 말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중국 정계와 군부 내부의 파워 싸움으로 결국 나라가 갈라질 것이며 역사적으로 중국은 항상 그래왔다는 것이다. 실제 현재 권력자들 사이에 파벌이 명확히 조성 되어 있고 경제가 좋아지면 좋아질수록 아무도 양보를 하지 않을 것이기에 갈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인들은 걱정을 하기 보다는 받아 들여야 할 현실로 생각 한다는 것이다.
이들 말대로라면 중국의 눈부신 성장에 대한 월드 커뮤니티의 견제가 결국엔 부질없는 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개인들이 편안히 살게만 해주고 꿈을 펼치는데 방해만 하지 않는다면 정부에 대해 만족한다는 태도를 보이는 이들 중국인들. 그들이 쫓는 것은 허울 좋은 세계 제일 보다는 실속임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
김유경 / Whole Wide World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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