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는 있었다. 센터 건물 차압위기에 놓인 ‘울타리선교회’(대표 나주옥 목사)에 따뜻한 도움의 손길이 닿았다. 은퇴한 한 한인 여성이 한인타운 인근에 주택을 구입, 당분간 울타리선교회 센터로 사용하라며 열쇠를 전달한 것. 나주옥 목사는 “이렇게 열쇠마다 예쁘게 번호까지 적어서 주더라.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더 힘을 내서 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먼트 연체로 차압 들어가
은퇴한 한인여성 집열쇠 건네
“홈리스 사역 계속된다” 활짝
다운타운 홈리스와 불우한 이웃을 돕고 있는 ‘울타리선교회’도 경기침체의 위기를 비켜갈 순 없었다.
지난 2007년 윌셔 한인연합감리교회에서 마련해 준 종자돈으로 선교회 자체 건물을 마련했지만 지난 해 5월부터 페이먼트가 연체되기 시작했다. 줄어든 후원금으로 급한 불부터 끄다보면 건물 페이먼트와 유틸리티 빌은 늘 뒷전으로 밀려났기 때문이었다.
결국 건물은 차압 수순에 들어갔고, 오는 9월4일까지 이사하지 않으면 모두가 거리로 나가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2유닛 아파트인 선교회 건물에는 현재 나주옥 목사와 포스트 케어 자녀, 선교회 스텝으로 일하고 있는 나하나 선교사 가족이 머물고 있으며, 선교회 사역을 위한 기증받은 물품들이 보관돼 있다. 울타리선교회는 홈리스 봉사 외에도 기증받은 각종 식품과 생필품들을 지역주민을 비롯해 저소득층, 개척교회 등에 나눠주는 일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막막한 현실에 한숨만 많아지던 때 이모씨가 지인의 소개로 나주옥 목사를 찾아왔다. 선교회의 어려운 상황을 듣더니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동안 연락이 없었고, 많은 경우가 그렇듯 지나가는 이야기였다고 생각했다.
3주 전 이씨가 다시 나 목사를 찾아왔다. 선교회 건물을 매입하려니 은행으로 넘어가 상황이 어렵게 됐고, 대신 한인타운 인근에 주택을 구입했는데 괜찮은지 봐달라고 한 것.
“내 귀를 의심했어요. 평소에 요즘처럼 집 값이 내려갔을 때 돈 있는 사람이 집을 사서 우리를 살게 해주면 우리는 정말 사역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곤 했는데 실제가 된 겁니다.”
생각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2년 전 은퇴하며 남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 일이 무엇일지 계속 고민했던 것.
이씨는 “그때는 집값이 비싸서 살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2년새 상황이 달라져서 가능했다”면서 “이번 일이 진행되는 동안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 내가 더 감사하다. 앞으로 이 집이 좋은 일에 사용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나주옥 목사는 “정말 천사를 만난 느낌이다. 앞마당에서는 가라지 세일을 해서 수익금을 더욱 의미있는 일에 사용하고 기부 받은 생필품들은 계속 어렵고 힘든 이웃과 나눌 것”이라며 “거라지 세일 때 판매할 수 있는 생활용품이나 회사 재고들은 언제든지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문의 (323)373-0557
<김동희 기자>
선교회 건물 차압 위기를 맞은 ‘울타리선교회’ 나주옥 목사와 관계자들이 한인 독지가의 도움으로 선교회 이전 장소를 찾아 새 건물 앞에서 밝게 웃고 있다.<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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