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좋은 사진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과연 좋은 사진이란 어떤 것일까? 어쩌면 정답이 없는 감상자의 지극히 주관적 판단이겠지만 최소한의 몇 가지 기본요건은 충족시켜 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관광지나 행사장, 사람이 모이는 곳엔 저마다의 손에 쥐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디지털 카메라와 그 카메라에 담기는 다양한 이미지들, 이 사진들은 예전처럼 현상소를 통하여 인화지로 옮겨지고 앨범에 담기지 않는다. 컴퓨터를 이용하여 데이터로 정리되어 인터넷을 타고 동호회 사이트 또는 웹에서 웹으로 작품이란 이름으로 흘러 다닌다.
정말 좋다고 느껴는 사진이 있는가 하면 보기에도 부담스럽고 지나친 보정으로 인하여 그래픽에 가까운 사진들이 작품이라는 이름으로 공개될 때 작품과 전시회, 이 두 단어의 남용을 걱정해 본다. 작품과 전시회, 분명 사전적 의미로는 만들어진 창작물과 그것들을 보여주는 행위 정도가 사전적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눌러대다가 건져진(?) 이미지를 비좁은 식당 입구에 검은 천을 두르고 몇 점 걸어놓고 작품 전시회라 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가끔 그렇듯 한 제목을 붙인 전시회에 잔뜩 기대를 가지고 방문했다가 황당한 실망감을 느끼며 발걸음을 후회한다. 자기만족을 위한 전시회라면 관객 초청 없이 혼자 걸고 혼자 감상해야 할 것이다. 전시회에 초청된 관객은 행사를 위한 사람 모으기가 아니라 진정한 감상의 기회를 주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사진은 물론 좋은 기획으로 철저한 준비를 거쳐 전시회라는 단어를 사용해야 할 것이다.
조금은 주관적인 견해겠지만 좋은 사진은 빛을 읽어야 할 것이다. 빛이 보이는 사진과 그렇지 않은 사진은 사진의 힘의 정도가 다르다. 그리고 색을 선택한다. 잘 정리된 색은 시선을 모을 수 있지만 정리되지 않은 색들은 시선을 분산시켜 산만한 사진이 된다.
구도가 사진의 기본이 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구도의 선택은 같은 상황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으며 때론 전혀 다른 분위기의 사진을 만들어낸다. 남다른 시각으로 보는 구도는 다른 사진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리고 시간을 담아보자. 시간이란 꼭 긴 시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비록 짧은 찰라 일지라도 그것도 순간적인 시간이며 비교적 오랜 시간이 담겨 있다면 감상자의 시선은 오래도록 그 사진에 머무를 수 있을 것 이다.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는 이야기이지만 한 점의 사진 속에서 한 권의 소설을 읽을 수 있도록 이야기를 담자. 그리고 사진은 담는 작업이 아니라 버리는 작업이다.
이외에도 좋은 사진이 가져야 할 조건은 얼마든지 많이 있겠지만 자기 이외의 사람에게 공개하는 작품이라면 이 정도는 갖추어져야 할 것 같고, 이 글을 쓰는 나 자신도 다 충족시키지 못하는 어려운 조건들이지만 최소한 이를 충족시키려는 노력은 보여야할 것이다.
셔터만 누르면 사진으로 만들어져 나오는 편리한 세상 덕에 SLR(single lens reflex) 카메라 한대 정도만 가지고 있으면 누구나 사진작가요 아무 곳이나 전시회장이 된다. 어려운 고시를 합격해야 따내는 칭호도 아닌데 작가면 어떻고 전시회라면 어떻겠는가? 다만 작가 자신을 위한 작품 전시회가 아니라 관객을 생각하고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좋은 사진들이 전시장 마다 많이 걸렸으면 좋겠다.
남다르게 특이한 사진만을 만들어 내려고 난해한 소재와 촬영으로 무언가 담겨져 있는 것처럼 위장되고 억지로 의미를 부여한 누구도 이해 못할 사진보다는 좋은 소재를 아름답게 또는 그 특성을 살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사진이 좋은 사진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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