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머지 채우는 일은 1.5세와 2세들의 몫”
영어로 문화홍보 강의 고반 관장 소개 이례적
지난 13일 LA카운티 미술관에서 열린 유홍준 교수(명지대·전 문화재청장) 강의는 마이클 고반 라크마 관장이 직접 단상에 올라 인사말을 전하고 그를 소개하면서 시작됐다.
이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강의와 아티스트 토크 등 라크마의 전시 관련 프로그램에 관장이 직접 참석해 소개말을 전하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고반 관장이 유홍준 교수의 강의에 경의를 표한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좋을 것 같은데, 유 교수 자신도 이 특별한 대접에 감동한 듯 보였다.
“고반 관장이 워낙 한국을 좋아합니다. 지난 번 방한 때 나와 함께 석굴암을 구경한 적이 있는데 그때 석굴암을 자신이 본 불상 중 가장 아름다운 조각품이라고 극찬하더군요. 관장이 이번 강연에 직접 나온 것도 그만큼 한국의 전통문화를 대접한다는 의미로 보여집니다”
유홍준 교수는 재개관한 한국관에 대해 “미국 굴지의 미술관에서 한국의 문화적 위상을 인정받은 것 자체가 특별한 일”이라고 말하고, “그러니까 한국 정부도 국보를 대여해준 것”이라며 앞으로 한국과 미국의 뮤지엄 교류가 더 활발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또한 “중국실도 없는 실정에서 한국관이 이만한 공간을 확보한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말하고 “그러나 일본관은 컬렉션과 시설에서 10배 이상의 규모를 보이고 있음을 볼 때 한국관의 나머지 채움은 우리의 일”이라며 “1세들은 사는 일에 바빠 문화에 관심을 갖기 힘들었지만 앞으로 1.5세와 2세들이 자연스럽게 보강해 나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유 교수는 이날 ‘한국의 사찰 건축과 불상’(The Image of Korean Temples and Buddhist Sculptures)이란 제목으로 한국의 역사와 함께 발전해온 불교의 사찰과 불상 이미지에 관해 1시간 이상 열띤 강의를 펼쳤다.
빙 디어터의 대형 화면에 다양한 영상 슬라이드를 보여주면서 우리나라 사찰과 불상의 이미지가 통일신라, 고려, 조선시대를 거치며 변화해온 2,000년 역사를 스토리로 엮어 재미있게 강의함으로써 관객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다.
유 교수는 “버클리, 시카고, LA 등 미주 한인사회에서 여러번 강의를 가진 적이 있으나 LA카운티 미술관과 같은 미국의 주요기관의 공식 초청으로 영어 강의를 한 적은 처음”이라고 밝히고 “영어 잘하는 사람들이 나서서 이처럼 한인보다는 외국인 대상으로 우리 문화재의 홍보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홍준 교수(60)는 1993년 나온 책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전 3권이 판매량 230만부를 돌파한 밀리언셀러 작가로, 1년에 100회 이상 우리 문화재에 대한 강연을 펼치고 있다.
<정숙희 기자>
유홍준 교수는 라크마 한국관 재개관과 더불어 한국과 미국의 문화적 교류가 활발해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강의를 마친 후 야외 리셉션에서 만난 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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