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술계에서 주목받는 작가 데비 한이 지난 12일부터 오는 10월31일까지 라시에네가의 LA컨템퍼러리(LA Contemporary)에서 개인전을 갖고 있다.
백자·사진 등 서구적 이미지 탈피
‘혼성 여신들’주제… 주목받는 작가
데비 한은 LA에서 활동하다가 6년전 영은미술관 해외작가 레지던시를 계기로 한국에 나가 작업해온 작가로, 지난 10년간 LA 뉴욕 서울 샌프란시스코 스페인 등지에서 9회의 개인전과 수많은 주요 그룹전 및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열정적으로 일해왔다.
이번 전시회는 ‘혼성 여신들’(Hybrid Graces)이라는 제목으로 서구와 아시아의 문화가 서로 섞이며 영향을 주고받는 이 시대의 혼성문화를 다룬 사진설치, 백자조각 시리즈, 나전조각(옻칠과 자개) 시리즈, 드로잉을 선보인다.
비너스를 동양화한 사진 시리즈 ‘여신들’은 백자로 빚은 비너스의 상을 아시안 여성의 것으로 바꾼 작업이다. 얼핏 보면 그리스의 여신조각상 같지만 자세히 보면 몸과 얼굴이 전통적 서구미인의 것이 아니라 아시안 여성의 것(찢어진 눈, 두꺼운 흑인 입술, 유대인의 매부리코, 8등신이 안 되는 몸)을 가진 여러 종류의 비서구적 비너스 상들이다.
작가는 평범한 한국여성을 찍은 뒤 아주 세심한 디지털 작업을 통해 대리석의 우아하고 부드러운 질감과 조각 같은 표정으로 만들어 비너스의 얼굴에 대치했으며, 여신들의 자세 역시 우아한 그리스 조각상이 아니라 팔짱끼고 웃고 수다 떠는 현시대 한국여성의 몸짓으로 바꿔 넣었다.
현대미술을 주도해온 서구 위주의 익숙한 관점을 해체하여 또 다른 맥락으로 조망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한 데비 한은 “여성의 아름다움은 그 시대의 문화적 관점을 반영하는데 성형수술의 기준이 백인화 되어있는 한국의 현실을 드러내고, 여성들의 몸의 언어, 미술사를 통해 보여지는 미의 기준을 다룸으로써 현 사회가 어디에 와있는지를 짚어보는 실험적 작업”이라고 소개했다. 아울러 백자와 청자, 나전칠기라는 한국의 전통 예술기법을 현대미술에 접목시키는 그녀의 새로운 도전도 화단의 관심을 끌고 있다.
데비 한은 11세 때 미국으로 이주, UCLA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회화와 뉴미디어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오티스, 로욜라 메리마운트, 샌타모니카 칼리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강의했다. 2000년 카파상 우수상을 수상한 그녀는 2001년 한국문화원에서의 카파상 수상전에서 콘돔 시리즈로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으며, 2007년 청자 조각 시리즈로 뉴욕국제미술재단에서 폴락 크래스너 파운데이션 그랜트를 수상했다.
한국과 미국은 물론 유럽 각지와 일본 중국에서 열리는 주요 그룹전에 쉴 새 없이 참여하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그녀는 “문화를 다루는 작업이라 세계 곳곳의 아티스트 레지던시에 많이 다니고 있다”며 오는 12월까지 경기도 미술관의 국제 아티스트 레지던시에서 3개월의 새로운 프로젝트를 끝내면 다시 미국으로 돌아올 계획이라고 밝혔다.
LA Contemporary 2634 S. La Cienega Blvd. LA, CA 90034.
(310)559-6200
www.lacontemporary.com, www.debbiehan. net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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