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암 투병 끝에 지난 11일 향년 75세로 타계한 전순영씨가 2권의 책을 남겼다.
평생 써온 시를 묶어 엮은 시집 ‘어쩌다 타고 온 수레’와 오랜 암 투병과정을 기록한 ‘Dancing with Cancer’가 그것으로, 두 권 모두 출판을 애타게 기다리던 저자의 사후에 발간돼 가족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전순영씨의 며느리 지나 남씨는 “약 석달 전쯤 어머님이 낡은 대학노트 7권을 주시며 이 원고들을 책으로 엮어달라고 부탁하셨다”며 “어머님께 드릴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라고 생각해서 직접 매일 밤 원고를 고르고 타자치고 교정하고 출판사를 섭외해서 드디어 책이 인쇄되고 도착하기까지 열흘 남짓 남았는데, 어머님은 그 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가셨다”고 안타까워하면서 고인이 너무나 기다리던 책이었기에 장례식을 26일로 연기해서 조문객들에게 책을 나누어 드리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전순영(조앤 남)씨는 청주사범대를 졸업하고 청주교대부속국민학교와 서울교동국민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했으며 65년 도미 후에는 남편 남상필씨와 함께 가발상, 봉제공장, 식당, 건축자재업 등을 운영했다.
‘어쩌다 타고 온 수레’는 어려서부터 문학을 좋아한 고인이 고단한 이민생활 중 짬짬이 써온 시 80여편과 수필 13편을 골라 실었으며 본보 창간 5주년기념공모 수기 입상작도 수록돼있다. ‘Dancing with Cancer’는 젊은 날의 고생을 다 끝내고 평안한 황혼을 누리려 하던 시기에 암에 걸려 10년 넘도록 대장암, 직장암, 폐암, 간암, 뇌암을 겪은 고통과 투병과정을 담은 일기로 고인이 겪은 많은 시행착오와 고통들을 다른 암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엮은 병상일지다.
저자가 남긴 서문의 일부를 옮긴다. “이민 1세대라면 누구나 그렇듯 나 역시 몇 권의 책으로도 엮지 못할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왔으나,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에 차분히 앉아 글 한 줄 쓴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10년 전 기반이 잡히면서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늘그막에 시작한 댄스에 한창 재미를 붙이는 한편, 일생의 숙원이었던 집을 내 손으로 짓고 나서 인생의 절정기에 쓰기 시작한 이 일기는 당연히 아름답게 지는 황혼의 기록이 될 것이라 생각했지 죽음에 맞서 싸우는 투쟁의 보고서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아픈 사람들은 사방에서 넘치는 정보에 길을 잃고 헤매기 쉽다. 그 많은 길 중 자기만의 길을 선택해야 하고, 그 길이 삶의 길인지 죽음의 길인지도 모른 채 안개 속을 더듬어 가야 하는 고독한 여정이 암 투병이다. 피치 못하게 그 길로 접어들게 된 사람들을 위해 나의 경험을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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