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1주 앞으로 다가왔다. 이곳에 부모 형제가 모두 함께 이민 온 사람들은 외롭지 않겠지만 우리처럼 친척도 하나 없는 사람은 고국을 떠나 사는 것 중 가장 아쉬운 것이 우리 고유의 명절을 제대로 지킬 수 없는 것이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함께 살고 있어서 정성스럽게 차린 차례상 앞에서 조상께 절을 올리고 음식을 나누어 먹으니 저절로 교육이 되었는데 아이들이 자라서 멀리 떨어져 살고 있으니 연휴도 아닌데 추석 명절을 지내러 오라고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오히려 추수 감사절에는 모두 집으로 돌아와서 더 명절같이 느껴진다.
추석이나 추수 감사절은 그 동안 신세졌던 분들이나 조상님께 감사드리고 또 흩어졌던 가족들이 며칠 동안이라도 즐거운 만남을 갖는다는데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우리도 몇 년 전까지는 막내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에 이민 와서 영어 한마디 못하고 학교에 다닐 때 친절하게 친구가 되어 준 에디네 할머니 집에서 생전 처음으로 칠면조 고기를 먹어 보았고 그 후 매년 그 댁에서 추수 감사절을 보내는 것이 연례행사가 되었다.
16년을 미국에 살면서 남편이 칠면조를 먹지 않아 아직도 집에서 칠면조를 구워 보지 못했고 추석에 토란국을 먹고 있으니 한국 사람은 어디에 있으나 우리 것을 버릴 수 없는 것 같다. 올 추석에는 서울에서 할머니 간병 차 온 막내아들 덕분에 덜 외롭게 보내게 되어 기쁘다.
이번 추석은 다행히도 토요일이라 나머지 두 아이들도 모두 집으로 올 예정이라 몇 년 만에 온 식구가 모이게 되었다. 어머님의 병환으로 한 달 동안 우울했던 우리 집에 모처럼 웃음꽃이 피어나게 되었다.
박희례/ 가주 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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