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본 바그너의 링은 어떤 작품인가
▲링 사이클은 바그너가 세계 여러나라, 그리스, 노르웨이, 아시아 등지의 신화들을 다 모아서 쓴 개인의 신화다. 그는 이 오페라에서 세상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사람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당신의 링은 해석이 어렵다고들 말한다
▲사람들은 내가 너무 추상적인 링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나는 원작에 충실했을 뿐이다. 나는 연출할 때 작품을 해석하지 않고 작품에 써있는 그대로 무대에 올린다. 해석과 평론은 관객이 하는 것이다. 나는 그동안 아무도 링을 제대로 연출한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 한 예로 지글린데와 지그문트는 보탄과 늑대에게서 나온 반신반인의 쌍둥이로 반은 남자요 반은 여자다. 그런데 이제껏 나온 링 중에 이들이 늑대의 후손임을 표현한 작품이 어디 있는가. 내가 두사람의 몸을 반으로 나눠 분장한 것은 그런 의미이며, 각각 한쪽이 솟은 귀는 늑대를 나타내는 것이다. 바그너는 제우스가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나누고 영원히 서로를 찾도록 만든 것을 본 따서 쌍둥이의 금지된 결합을 통해 최초의 인간 지그프리트를 창조했다.
-보탄과 프리카는 왜 얼굴에 가면을 뒤집어쓰고 있나
▲나는 신을 본 적이 없지만 사람과는 전혀 다르게 만들기 위해 큰 얼굴과 거대한 한 개의 눈을 가진 모습으로 만들었다. 그의 다른 한쪽 눈은 무대 저편에 나가 있으며 인간세상을 지켜보고 있다. 보탄은 지그프리트를 최고의 인간이며 겁이 없는 인간으로 만들기 위해 자신과 늑대에게서 태어나도록 했다. 그러나 용감하게 적을 죽이고 나서도 죄의식을 갖는 게 인간이다. 바로 그것이 바그너가 말하고 싶어한 인간의 본성이다. 전쟁을 일으켜 살상을 일삼으면서도 고상하게 철학을 이야기할 수 있는 존재가 인간 아닌가.
-LA오페라와 오케스트라, 가수들의 공연이 모두 만족스러운가
▲LA오페라에서 아주 좋은 팀을 만들어줘서 편하게 일하고 있다. 오케스트라와 싱어들도 굉장히 잘하고 모두들 최상의 컨디션이다. 유일한 문제는 연습시간이 부족한 것이다.
-오케스트라 위에 막을 씌워서 사운드가 약하다는 평이 있는데
▲바그너는 관객이 오케스트라를 보지 않고 무대만 보는 공연을 원했다. 특히 링은 오케스트라를 웅장하게 썼기 때문에 소리를 덮어야 한다고 바그너는 주장했다. 아니면 가수들이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 이것은 사운드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시각적 문제다. 사람들은 보이면 더 잘 들린다고 생각하고 안 보이면 잘 안 들린다고 생각한다. 오케스트라를 덮은 헝겊은 소리가 완전히 다 통과되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라인골드와 발퀴레의 공연에서 가수들의 위치와 무대가 똑같았음에도 불구하고 조명이 어두웠던 라인골드 공연은 사운드가 약했다고들 하고, 좀더 밝았던 발퀴레 공연에 대해서는 아무도 사운드 얘기를 하지 않은 것이다. 바그너는 사람의 소리가 앞에서 들려오고 오케스트라 사운드는 한발짝 뒤에서 나오는 것처럼 들리기를 원했다. 나는 그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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