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 고속도로를 달려 집으로 오는 길에서 남편과 나는 벌써 몇 시간 째 별다른 말없이 제각각 생각에 잠겨 있다. 딸아이를 칼리지 기숙사에 내려놓고 이제는 자주 볼 수 없다는 현실이 아직은 실감나지 않는다. 20년 가까이 키워오면서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오리라 막연히 기대하고 있었지만 막상 실제상황이 되고 보니 걱정인지 허전함인지 모를 막막한 심정이 되어 함께 해온 지난 세월의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며 밀려들어온다.
딸아이가 한 첫 번째 말이 엄마가 아닌 ‘아바’여서 조금 실망했던 일, 할아버지에게 배운 ‘새야, 새야, 파랑새야’ 민요를 유창하게 불러 즐겁게 해준 일, 학교 런치를 만두나 김밥을 싸 달래서 반 친구들에게 놀림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나에게 “괜찮아, 딴 애들 음식도 냄새나는데, 뭐” 하며 자기가 즐겨먹는 한국음식을 가지고 가던 일, 겁 많아서 물을 무서워하던 아이가 돌고래 수영 팀에 들어가서 처음 강아지헤엄을 배워 기뻐 환호성을 치던 일, 십대의 이유 없는 반항을 하며 제멋대로 하겠다고 나를 애타게 했던 일까지 이젠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는다.
날지 못하는 아기 새에게 벌레를 물어다 주는 어미 새처럼 돌보며 갓난아기 때부터 키우다 보니 딸아이가 아직도 내 맘속에서는 한 명의 성인으로 인정되기 보다는 내 도움이 필요한 약한 존재로 보이는 게 사실이다. 딸아이가 힘든 일을 겪을 때마다 우리가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믿고 힘을 얻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남리사/재정설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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