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여성비엔날레 큐레이터
텐리 갤러리 브라코풀러스 디렉터
인천여성비엔날레 큐레이터였던 맨하탄 텐리 갤러리의 탈리아 브라코풀러스(Thalia Vrachopoulos) 디렉터와 한 시간의 인터뷰를 마친 후 마치 한 시간의 미술 강의를 듣고 나온 기분이 들었다. 그가 존 제이 칼리지와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서 강의를 하는 교수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브라코풀러스 디렉터는 마치 자신이 지도하고 있는 학생에게 설명하듯 어떤 질문에도 열정적이고 성의껏 답했고, 자신의 대답을 풍성하게 하는 이야기들을 덧붙혔다.
여성비엔날레에 대한 총평을 큐레이터로서 한다면
-미술제는 무엇보다 참가 작가들의 수와 다양성, 작품 수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그런 기준으로 봤을 때 이번 대회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많은 작가들이 이렇게 준비되고 짜임새 있는 행사는 처음이라는 말을 했다. 특히 너무나 한정된 예산을 고려한다면 기꺼이 불편과 희생을 감수해 준 전 세계 여성 작가들에게 고마움을 전해야만 한다.
인천은 세계적인 미술전이 열리기에 적합한 지역이었나
- 한인들이 더 잘 알겠지만 인천은 근대화의 문을 연 항구도시다. 가장 개방적이고 적극적으로 새로운 것들이 수입된 곳이다. 여전히 그런 기운이 남아있는 활기차고 흥미로운 도시라고 생각한다. 다만 물질적인 지원을 떠나 이제는 한국에서 하는 예술 행사는 전문가들에게 좀 더 많은 재량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느낌으로는 여전히 한국에서는 예술 행사를 정치인이나 행정가들이 하고 있다.
미술 분야에서 여전히 여성 작가들의 지위는 열악하다고 생각하나
- 갤러리와 뮤지엄을 장식하고 있는 작가들의 남성과 여성 비율을 한번 보자. 과연 여성들의 실력이 뒤져서일까? 미술을 떠나 학교에서도 여전히 여자 교수의 보수가 남자 교수에 비해 적다. 진정한 남녀평등은 여전히 요원하다.
비엔날레 큐레이터 이전에도 뉴욕에서 대표적인 한국 미술 전문가로 알려져 있었다.
- 미술을 떠나 내가 태어난 그리스와 한국은 문화와 전통, 철학 등 통하는 것이 참 많다고 생각한다. 내가 한국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된 큰 이유 중의 하나가 그것이다. 파슨스에서 최초로 내가 한국현대미술 강의를 개설했고 현재도 2개의 강의를 맡고 있다. 한인 미술가들의 발전과 한국 미술의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꼭 필요한 강의라고 생각한다. 알겠지만 텐리에서도 좋은 한인 작가들의 전시가 계속 늘고 있다.
뉴욕의 젊은 한인 작가들의 수준을 평한다면
- 당연히 특출난 작가와 그렇지 못한 작가가 있기 때문에 한마디로 대답할 수는 없는 질문이다. 다만 10여 년 전과 비교해 정말로 뛰어난 작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내 기준으로 좋은 현대 미술은 ‘얼마나 보기 좋은가’가 아니라 컨셉과 아이디어가 결정한다. 이전에도 한인 학생들과 작가들은 정말 뛰어난 테크닉을 가졌었지만, 이젠 기술을 넘어 바로 그런 컨셉과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가들이 급증하고 있다.
<박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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