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아들이 미국 TV에서 제일 인기 있다는 노래 경쟁하는 프로에 참가했다. 네가 떨어져야만 내가 사는, 잔인한 가학성까지 보태어진 인기절정의 쇼였다. 한 계단씩 올라 갈 때마다 곁에서 새가슴 졸이면서 파랗게 질려 기도하던 나를 보고 아들이 오히려 “엄마 얼굴 보니 더 떨린다”고 제발 그러지 말라고 했지만, 세상에 이런 끔찍한 쇼를 만든 사람을 난 수없이 미워하고 원망하면서도 마음속엔 1등을 하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지독히도 이중적인 속물이었다.
수없는 경쟁 속에서 어느 날 아들은 떨어졌고 TV에서 결과를 확인한 나는 몇 달 동안 고생한 아들이 너무 안 돼 많이도 울었지만 깊은 내 마음 속은 오히려 편안하고 후련했다. 이제는 더 이상 다른 사람과 경쟁해 그 사람들을 떨어내 버려야 내가 사는 그런 걸 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도 누군가가 나와 경쟁하려 들면 그때부터 도망 다닌다. 조금은 그 무서움증을 이길 준비도 되어 있고 적당히 나이 들어 세상을 보는 다른 눈도 넓어졌다고 하면서도 막상 경쟁 앞에 서면 움추러 든다.
시간이 얼마나 더 지나야 내가 너에게, 네가 나에게 넉넉해지고 편안해 질 수 있는 것일까. 너도 이기고 나도 이기는 윈-윈 게임의 지혜가 더욱 확산돼야 함에도 현대사회의 문화는 오히려 살벌한 경쟁을 날로 부추기고 있어 안타깝다.
김해연/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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