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가지고 다니든 너덜너덜한 수첩을 우연히 찾았다. 그 안에는 내게 있는 좋은 점 10가지를 적어 놓은 게 있었는데 참으로 유치하고 우스운 내용이지만 그때는 정말 나를 다스려야 하는 심각하고 절박한 때였다.

너무나 힘들던 시절 어느 날 “나부터 사랑해 보자”는 깨달음이 왔다. 매일 아침 거울 앞에서 내게 웃어주었다. 정성을 다해 아주 환하게, 그리고 아주 많이 이쁘다고 해 주고, 머리도 쓰다듬어 주고 하면서 내게 주는 가득한 사랑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하면서 내게 갈비뼈 하나를 스스럼없이 내어준 남편도, 내 살을 빌어 세상에 태어난 자식도 보이기 시작했고 너무도 소중한 이웃도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오늘도 다른 이에 대한 사랑은 내 자신에 대한 사랑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귀한 깨달음을 잊지 않고 살아가려 노력한다.

김해연/ 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