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일 년 동안 한국에 머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하필이면 박연차 게이트와 노조분쟁, 용산 화재 사건, 그리고 국회 내의 몸싸움으로 어수선할 때였다. TV 뉴스를 보면 국회의원들은 반대를 위한 반대가 전부인 것 같았다. 그리고 볼일이 있어 서울 시내를 나갈 때 전시를 방불케 하는 삼엄한 경비 태세를 보면 마음이 한없이 어두워졌다.

40여 년 간 미국에 살다가 가끔씩 찾은 고국의 눈부신 발전을 직접 볼 때면 자랑과 자부심을 느꼈다. 그러나 이번에 한국에 살면서는 고국에 대한 안타까움이 생겼다. 국민 대부분은 입만 열면 비판이요, 비난이었다.

비판의 소리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 우리에게는 이해와 타협의 길이란 없는 것일까. 다소곳 자신의 일에 충실하면서 남의 일을 긍정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너그러움은 어디로 갔을까. 정치인들과 일부 국민들의 성숙치 못한 태도는 서글픔까지 안겨줬다.

성남시 분당구 성남 신기 초등학교에 다니는 고준열이라는 5학년 학생이 쓴 ‘교장 선생님’과 ‘노무현’이라는 말로 지은 5행시와 3행시를 우연히 읽어 볼 기회가 있었다. 아이의 시는 매섭게 추운 겨울, 창문으로 햇빛 한 조각이 겨울 마룻바닥에 비춰진 것을 본 것처럼 따스한 온기를 느끼게 해 주는 내용이었다.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기 전에 한 나라의 대통령을 지닌 분이 겪었던 그 수치와 아픔을 같이 공감하는 아이의 순전한 마음이 전해졌다. 서로 삿대질 하면 싸우기 전에 이 아이처럼 고인의 명복을 조용히 비는 너그러운 마음을 우리 어른들이 배워야하지 않을까 싶었다.

우리나라의 앞날에 희망이 깃들어 있음을 보고 잔잔한 감격이 내 가슴에 일었다. 맑은 빛의 어린이의 마음이 어둡던 내 마음을 밝게 해 주어서 그나마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김인숙/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