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아이가 넷이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미국사람이나 한국사람이나 눈을 동그랗게 뜨고 “와, 바쁘겠네요” 한다. 여드름 난 아이와 띠 동갑인 아기까지 있으니 매일 매일이 분주할 수밖에 없다. 특히 아침시간에는 각각 다른 학교에 다니는 세 아이들이 한꺼번에 제 갈 길로 가야 하니 애를 안고 동동거리기 일쑤다.
돌이켜 보니 정신없이 움직이는 와중에서도 나는 내 자신에게 살림과 육아로 힘든 것을 용납하지 않고 있었다. 무언가 더 의미있고 생산적인 일을 위해 시간을 내야 직성이 풀렸다. 오라는 기도 모임에도 나가야 하고 요리도 배워서 손님상도 잘 차려내고 싶고, 그리고 맡은 학교 봉사와 교회 일도 잘 꾸려나가야 했다.
외모로 보나 하는 일로 보나 누가 보아도 푹 퍼진 아줌마인데 내 마음 속의 나는 아줌마로 살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젊을 때부터 잔존해온 수퍼우먼에 대한 환상은 아줌마가 되어서도 나를 사로잡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들에게 절대적으로 시간이 많이 가는데도 그것 외에 뭔가 다른 일을 하고 싶은 욕구가 내게 항상 있었다. 잠을 줄여서 집안일을 해야 할 형편인데도 그것 때문에 힘들어 하는 것을 내 스스로 인정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내가 가진 힘의 바닥까지 가서야 내 자신에게 정직해져야겠다는 새삼스런 깨달음이 왔다. 나는 살림하는 아줌마이고 그것만으로도 하루 스물 네 시간이 모자랄 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돌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들다고 말할 자격이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나를 주장해 오고 괴롭혀 온 그 뭔가에 대한 욕구 때문에 내가 현재 하고 있는 일을 폄하하거나 나의 감정을 부정하지 말 것을,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퍼우먼이 꼭 될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송미경/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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