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지내면서 우리는 문을 몇 차례나 열고 닫을까? 밀어야 열리는 문도 있고, 당겨야 열리는 문도 있다. 그런데 그 간단한 문 여는 행동에서도 우리의 성격과 습관이 슬며시 나오게 마련이다. 당기는데 익숙한 사람은 밀어야 열리는 문도 일단 당겨보고, 미는데 익숙한 사람은 일단 밀어보곤 한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의 문은 들어오는 사람보다 나가는 사람을 배려해서 안으로 들어갈 때 문을 당기고 들어가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들고 난다는 것이 상대적인 것이어서 내 입장에서 보면 늘 들어간다고도 볼 수 있어서 우리한테 그런 습관이 붙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아무렇지도 않은, 문 여는 행동을 보고 책을 구상한 얄미운 사람이 있다. 글 쓰고 읽는 걸 좋아하는 사람으로 이런 사람을 만나면 참 ‘얄미운 당신’이다. “당겨야할 때 밀지마라(Never Push When it Says Pull) 라는 책이 바로 그런 책이고 그 책의 저자 기 브라우닝(Guy Browning )이 바로 그 ‘얄미운 당신’이다. 문을 열고 닫는 사람들을 보며 기가 막힌 책의 제목을 생각해낸 것부터가 범상하지 않은 그는 작가이자 방송인이며 코미디언이라고 한다.
문을 열고 닫는 것 외에도 우리 주변에는 사소하게 늘 하고 살면서도 반복되는 실수, 혹은 편견을 가지고 있는 일이 널려 있는데 이 작가는 그런 사소한 것만 골라서 맛있는 칼럼을 쓴다고 한다. 영국의 한 주간지에 “이렇게 하세요”라는 칼럼을 쓰고 있다는 그가 우리에게 친절하게, 조금도 비웃지 않고, 생글생글 웃으며 알려주는 일상의 지혜는 참 쉽고도 재미있다.
’인생을 바꾸는 방법(How to…… change your life)’이라는 글에서는 인생을 바꾸는 방법은 현재의 직장을 때려치우고 집을 처분한 후 여행을 가는 일처럼 거창한 것들이 아니라 오히려 아침 식사로 과일 많이 먹기, 헤어스타일 바꾸기 등 작은 습관을 바꾸는 것이라고 일러준다. 사실 이런 사소한 것들을 실천하지 않으면서 인생이 바뀌기를 바라는 것은 무언가 잘못 된 것이지, 라는 생각을 하게 해준다.
’가구 조립 방법’에서 저자는 가구를 직접 조립하는 과정을 통한 남자와 여자의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칫하면 이별의 위험까지 올 수 있는 극단적인 상황을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말해준다. 즉, 여자는 남자가 조립하는 모습을 보고 훈수를 두거나 잘못된 점을 지적하지 말아야 하며, 남자는 도움이 필요하면 주저하지 말고 도움을 청해야 제대로 가구가 조립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편하고 폼 나는 인생을 바란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왜 그런 것일까? 혹시 우리는 지금까지 인생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고 힘들다고 지레 겁먹어왔던 것은 아닌가.
세상은 마음먹기에 따라 천국이 될 수도, 지옥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하는 작가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을 지옥이라고 생각한다면 언제까지고 지옥 불에서 헤매는 신세가 될 것이고, 만약 천국이라고 생각한다면 똑같이 힘든 일이 발생해도 그저 잠깐 스쳐가는 순간의 고통으로 느끼고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그것은 선택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성과 감성’ 에 나와 있는 글을 보면, 걱정하는 방법, 후회하는 방법, 기억을 떠올리는 방법, 현명해지는 방법, 꾸물거리는 방법, 외로움을 느끼는 방법, 나답게 사는 방법, 선택의 방법, 그리고 넌더리를 내는 방법 등이 있는데 하나같이 재치 있고 유머가 담겨있어 읽는 내내 미소를 짓게 된다.
글의 소재도, 행복의 이유도 돌아보면 내 주위에 널려있다는 걸 재미있는 글로 깨닫게 해 준 이 책을 모두에게 권하고 싶다. 우리말 번역서의 제목은 “당겨야할 때 밀지마라”이다.
이영옥 / 수필가·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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