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위가 좋지 않다. 그래서 오랜만에 찾은 고국에서 벼르던 먹거리들을 외면하느라 힘들었다. 미국으로 돌아와 나의 주치의를 찾았다. 위내시경은 1년 반 전에 했으니 이번엔 CT촬영을 해보잔다. 일주일 후면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전화벨 속에 목소리는 잔뜩 기다리던 나의 주치의의 목소리다. “신장(콩팥) 오른쪽에 물혹이 두개가 발견되었는데. 한개는 3cm, 또 하나는 7mm인데 희끄무리한 것이 보인다”며 정확히 알기 위해 초음파 검사를 해보자고 한다. 순간 “어떻게 내 몸에 물혹이라니” 라는 생각에 우울함이 요동친다. 예약이 쉽지가 않아 애를 태우다 열흘 후로 날짜가 잡혔다.
살고 죽는 건 하늘의 뜻일진데 벌벌 떨고 있음은 얼마 전 오빠의 담도암 수술을 받았기 때문이다. 예약된 날 진료 의자에 길게 누워 알 수 없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검게 나타나는 모니터를 올려다보면서 한껏 겁에 떨었다. 차분한 마음을 가지려고 무던히 애쓴 보람도 없이 60을 넘은 나이에 어린 아이같이 출렁 출렁 눈물이 솟구치는 겁쟁이임을 숨기지 못했다.
주치의가 초조히 기다리던 신장 초음파결과를 이메일로 보내왔다. 성급하게 열어보니 서두에 “I am happy”라고 적혀있다.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것이다. 새삼 건강이 최고라는 깨달음이 왔다. 그동안 잘 먹고 소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그 얼마나 황홀한 경험인지, 또 자기 두 발로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위대한 일이며, 자기 두 눈과 귀로 보고 들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놀랍고 경이로운 것인지 잊고 살기 일쑤였다. 결국 살아 있음은 그 자체로 경이로움이요 감격이요, 황홀이요, 축복이다.
유설자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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