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 방학에 우연히 친한 사람 셋이 모두 한국에 다녀왔다. 각자 따로 가서 한국에서 만날 수는 없었지만 다녀온 후 다시 만났을 때 그 곳에서 재미있었던 일을 영웅담 이야기 하듯 주고받았다. 나이가 들었어도 엄마 그늘이 좋더라하며 해주는 밥 얻어먹고 형제들의 관심과 사랑 속에 우애를 나눈 이야기를 주고 받을 때 한 사람은 전혀 처지가 다른 콩쥐 팥쥐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우리 어머니는 영양제 몇 병과 간단한 선물에도 돈 많이 썼다며 걱정하시고 얼굴만 봐도 좋다고 하셨다. 반면 그 친구는 6학년 때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새엄마인데 영양제 및 선물도 많이 사오라고 요구하고 들고 갔던 가방 구두까지 다 빼앗아 자기가 낳은 딸에게 주었다는 등 드라마에서만 본 듯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사실 피 통하는 혈육끼린 심한 말로 다퉜어도 시간이 지나면 스르르 녹아 감정의 앙금이 없고 손이 안으로 굽 듯 그저 잘 해주고 싶은데 피 안 통하는 사람끼리는 사소한 다툼도 앙금으로 남고 친해지기 위해 꾸준한 노력이 필요해지는 관계이다.
미국에서 살다보니 한국의 부모 형제와 떨어져 있는 나로서는 가끔 국제 전화하는 혈육인 가족보다 교회나 한국 학교에서 자주 보고 이야기하며 힘들 때 위로해주고 시간을 같이 많이 보내는 이웃 분들이 오히려 피가 통하는 가족 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미국 교사들에게 한국 역사 문화를 가르치는 미국인 미세스 코너는 역사 교사로 있을 때 다른 아시안 학생들에 비해 여기서 자란 한국계 학생들이 한국 역사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을 안타까이 여겨, 자기와 아무 관련이 없는데도 퇴직 후 미국 교사들에게 한국 역사문화 알리는데 열심이어서 한국인인 나를 부끄럽게 한다.
우린 끊임없이 공통분모를 찾아 가름하길 좋아한다. 생김새 가름으로 아시아인으로도 나누고 피 통하는 한국인끼리도 같은 성, 나이, 취미, 동문, 단체, 지역 등으로 나누어 공통점을 찾길 좋아 한다. 하지만 피가 달라도 뜻과 생각이 같으면 통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김채영 / 한국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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