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했던 것은 아닌데 1년에 한번 시에서 묵은 쓰레기를 무한정 걷어가 주는 날과 내 생일이 겹쳐버렸다. 이 날 새벽같이 쓰레기를 내놓으려면 전날부터 부지런히 정리정돈을 해야만 한다.
그나마 1년에 한번 오는 기회를 놓쳐 버리면 그 애물단지는 차고를 차지하기 때문에 생일이고 뭐고 감상에 빠질 틈이 없었다. 약속한 날이 되면 평소에 못 내놓던 덩치 큰 것들도 군소리 없이 받아준다. 이번에는 얻어 쓰다가 수명을 다한 책상이나 고장 난 자전거, 그리고 활자 크기가 작아서 도저히 읽을 자신이 없는 ‘오래된 새 책들’까지 산더미같이 내놓았다.
손에 물을 안 묻히고 싶은 생일날 먼지를 헤집으며 집안 정리를 하다 보니 내가 참 많은 물건들을 끼고 살았음을 알게 되었다. 삶이 예측 불가능한 것이라는 사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마치 평생 한 집에서 살 것인 양 이 많은 것들을 머리에 이고, 혹은 한 구석에 재어놓고 살아왔던 것이다.
때로 잊어버렸던 것들을 반갑게 다시 만나게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역시 없어도 되는 물건들이 쓰레기가 되어 뒹굴고 있는 모양이다. 그걸 쓸어내다 보면 마치 마음 한구석을 닦아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묵은 삶의 군더더기를 처분하는 연례행사가 마침 생일날에 닥친 것이 어쩌면 삶의 먼지를 털라는 의미는 아닐까.
송미경/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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