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전도자에 대한 별로 유쾌하지 않은 기억이 있다. 얼마 전 잘 차려 입은 40대 중반의 한인 사내가 전철 안에서 찬송가를 소리 내어 부르고 있었다.
자기 딴에는 뜨거운 성령으로 목청껏 부르는 것 같은데 찬송가가 위력이 없었다. 주위 사람들을 보니 말은 않고 있지만 모두들 달갑지 않은 뜨악한 표정이었다. 더더욱 나는 얼굴이 화끈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찬송가가 한국말로 불러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한국 사람으로서 주위 사람보기가 민망해 얼른 다른 칸으로 옮기면서 나는 속으로 “이 한심한 전도자야! 제발 잠시 그 열렬한 전도생활을 접고 막내딸이 다니는 유치원에 가서 ‘공중도덕을 지키며 살기’ 과목을 다시 배우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술자리와 잡 오리엔테이션 같은 생뚱맞은 장소에서의 전도 때문에 당황했던 일도 여러 번이다.
전도는 하느님을 섬기는 신앙인으로서 마땅히 행해야할 덕목의 하나라는 것은 나도 백번 동의한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반드시 때와 장소를 잘 가리라는 말이다.
또 우리가 지켜야할 대화의 기본상식은 상대방에게 자기의 요구나 충고를 말할 때는 상대가 나의 말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를 고려해야 된다는 것이다.
세상 속에서도 하얀 천사의 미소를 지으며 주위의 불우한 이웃들에게 생색내지 말고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묵묵히 선행 하는 것이야 말로 우리가 본받아야할 진정한 신앙인의 자세가 아닌가 싶다.
신행원/ 직장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