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가을의 막바지다. 캐나다에서 오신 엄마가 어제 새벽 비행기로 떠나셨다.
83세의 나이가 무색하리만큼 용기 있으시고 건강하신 엄마지만 이번에 몇 주 같이 지내다보니 정신이 가물거리시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딸 일곱을 내리 낳아 동네에선 칠공주집으로 통했고, 아버지가 의사셨기에 의원 집으로도 불렸던 우리 집. 남에게 지기 싫어 하셨던 엄마의 극성스러움에 우리 일곱 자매들은 남들보다 깨끗하게 예쁘게 자랐었다.
초등학교 시절 엄마가 학교에 오시면 난 너무 좋았었다. 어린 마음에도 한복이나 양장이나 무슨 옷을 입으셔도 남보다 월등히 예뻤고, 세련된 엄마가 자랑스러웠다. 엄마는 정말 예뻤고 당당했었다.
그러셨던 나의 엄마가 이젠 기가 많이 죽으셨다. 자꾸 눈치 보시고 머뭇거리신다. 당황해 하신다. 그리고 얼마 전 하늘나라에 간 둘째사위인 나의 남편 사진 앞에서 소리 없이 우시며 기도하신다. “이 사람아 왜 벌써 갔나. 그곳에서라도 내 딸을 보살펴 주게나” 하시며.
막막하고 서럽던 마음이 엄마가 계셔서 많이 안정이 됐었는데, 어제 엄마가 가시고 나니 힘들다. 하지만 엄마, 나 열심히 잘 살고 있을 테니까 내 걱정 그만하시고 엄마 자신이나 돌보세요.
최해연/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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