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시간이 왔다. 타운 내 이곳저곳에서는 동창회와 친목단체의 세밑 모임 예약 받느라 바쁜 표정들이다. 연말이면 신문지면은 온통 송년 사진들로 가득 채워진다.
그런데 마음이 편하지 않은 것은 신문에 실리는 사진들은 하나같이 주먹을 불끈 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결을 느끼게 하는, 강렬한 인상을 주는 그런 모습을 보이고자 그런다지만 유독 우리 한인들만 그런 주먹 쥔 포즈가 최고인 양 수년이 흘러도 변치 않고 있는 것 같다.
2년 전 학교 동창회 모임의 끝자락에 사진촬영이 있었고 그 때 사진기자께서 주먹을 모두 쥐고 힘껏 들어 올리라는 제안을 했다. 기회를 놓칠세라 그 자리에서 기자에게 한 말씀 드렸던 기억이 있다. “우리 모두 주먹보다는 손을 다정스레 흔들어 보이는 게 어떻겠냐고…”
간혹 ‘문화의 차이’를 들먹이며 주먹 쥐고 찍는 모습을 우리 민족의 강한 단결된 모습이라고까지 주장하는 이도 있지만 이것은 견강부회다. 아프리카의 어느 회교 부족들은 여자 아이들이 어릴 때 할례를 한다고 하는데, 실상을 들여다보면 참으로 가혹하여 타문화의 관습이라고 내치기보단 인간생활의 보편타당함에서 너무도 멀어진 느낌이 앞선다.
가뜩이나 주류 언론매체에서 한국인들의 끊임없는 데모와 국회 의사당 난투극 장면을 수시로 보여주는 그런 분위기를 감안할 때, 단체로 주먹을 쥐고 있는 모습은 어쩐지 편치 않다. 남들의 눈치를 보자는 말이 아니다. 이맘때면 천편일률적으로 모두가 주먹을 쥐고 포즈를 취하는 사진들로 가득하니 이왕이면 손도 흔들고, 자연스레 모여 있는 모습들이 보여지면 더 좋지 않을까 해서다.
옷소매만 잡아당겨도 폭력 운운하는 사회에서는 주먹 쥐는 일도 조심해야 할 일 아닌가 싶다. 즐거운 세밑이 다가오고 있다.
장덕영/ 성마리아 한국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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