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텍사스주 포트 후드에서 있었던 미 육군 소령 하산의 총기 난사사건을 이슬람이라는 종교와 연관해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종교는 신의 존재와 내세를 전제로 하는 종교와, 신을 논하지 않고 다만 인간의 각성을 위한 가르침의 종교로 분리할 수 있다. 필자는 전자를 신앙적 종교라고 하고 후자를 수행적 또는 수행종교라 부르고 싶다.
전자는 ‘종교’(religion)라는 어휘 자체에서 신과의 연관됨을 엿볼 수 있다. 라틴어 ‘re-ligare’(다시 묶는다, 하느님과 관계를 다시 성립시킨다)는 뜻에서 온 것이니 연결시켜야 할 대상인 신이 없으면 종교(religion)라 할 수 없다.
그러나 수행종교는 종교(宗敎), 즉 글자 그대로 으뜸가는 가르침일 뿐 신을 거론하지 않는다. 삼강오륜을 가르친 공자님의 유교는 종교(religion)는 아니지만 종교(宗敎)로 분리되어야 하며 힌두교의 영향을 받지 않은 순수 부처님의 가르침 역시 수행종교로 분리되어야 한다.
부처님은 신이나, 내세나 윤회에 대해서 설한 적이 없다. 제자들의 내세에 대한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내세나 윤회설은 힌두사상에서 들어온 이론임을 부언한다. 소크라테스 등 철학자들의 가르침을 수행종교로 분리한다 해도 무방할 것 같다.
수행종교에는 신앙의 절대적 대상이 없기 때문에 특수한 신앙의 대상을 따르라고 피력할 근거도 없고 싸울 이유도 없다. 종교적 분쟁이 있다면 이는 신앙적 종교 간에 있을 수 있는 현상이다.
하산 소령은 이슬람교도다. 이슬람교 역시 유일신을 믿는 신앙적 종교로서 그리스도교와 같은 하느님을 믿는 종교다. 그들은 하느님을 ‘알라’(Allah)라고 부른다.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예수그리스도를 구세주로 믿지 않고 무하마드(Muhammad)를 알라의 메신저 또는 메시아로 믿는다는 점이다. 예수그리스도를 통하지 않고는 구원을 받을 수 없다는 그리스도교 교리와 대치되는 이 부분은 영원히 일치될 수 없는 교리다.
일치될 수 없는 많은 교리의 종교가 비교적 평화롭게 공존하는 사회가 미국이라고 자부하지만, 9.11사태 이후 이슬람교도에 대한 편견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다. 9.11사태의 범인들이 이슬람교도였기 때문이다. 이번에 총기난사 사건의 용의자인 하산 소령이 이슬람교도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사건 발생 즉시 알 카에다와의 연계를 의심했다. 미국인으로서 부끄러운 자세가 아닐 수 없다.
하산 소령은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시민으로서 미군 장교로 근무하고 있는 평범한 군인인데도 불구하고 그의 종교가 이슬람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테러조직과 연계되었을 것으로 의심한 것은 미국인답지 않은 태도다.
신앙종교의 아집과 편견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실례를 들어서 하나만 소개하고자 한다. 갈릴레오는 이미 코페르니쿠스에 의해서 발표된 지동설을 재확인함으로써 교황청은 하느님의 창조 이론에 위배되는 학설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그를 재판에 회부하여 유죄판결을 내렸다.
하느님의 뜻이라는 구실로 인간을 무지에서 깨우쳐 준 갈릴레오에게 유죄판결을 내린 사실은 신앙종교의 아집과 편견의 극치를 보여준 단면이다. 이러한 오판이 또 다시 재현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산 소령은 13건의 계획살인(premeditated murder) 혐의로 기소되어 군법회의에서 재판을 받게 될 것이다. 하산 소령을 재판할 배심원이 기독교인들로만 구성된다 하더라도 그의 종교나 인종에 관계없이 그의 행위에 대한 문제만을 다루어야 할 것이다.
이인탁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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