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가 되면 거의 모든 가정들은 가족 수 대로 선물 사기에 분주하다. 주로 직계 가족들에게는 모두에게 선물하는 것이 보통이고 그 외에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내는 친척들하고는 제비뽑기로 한 사람을 고른 다음 그 사람을 위한 선물을 준비해서 당일 날 선사한다. 집안에 따라서 최소 금액을 정하는 경우도 있다.
무엇을 살지 고민한 끝에 대충 스웨터나 필요치 않은 물건을 사서 해치우곤 한다. 그러나 제대로 된 선물이라는 걸 부각시키기 위해서 어차피 버릴 박스에다가 넣어서 요란한 포장지와 리번으로 장식하는데 이것은 심한 낭비가 아닐 수 없다. 부피를 많이 차지하는 박스들과 포장지들은 과연 필요한 것들인가.
여러 가지를 다시 생각해 봤으면 싶다. 일단 선물만 봐도 그렇다. 모두가 어려운 지금, 선물보다 경제난으로 어려움을 뼈아프게 느끼고 있는 이들을 위해 봉사하거나 기부를 하는 것은 어떨까. 필자가 몸담고 있는 ‘캘리포니아 커뮤니티 재단’에서도 지난해에 종이카드 대신 이메일로 받는 전자카드로 교체했고 LA 지역 푸드뱅크에 기부하라는 내용의 캠페인을 벌였다. 재단이 5만달러를 기부하겠다고 약속했고 기부자들이 1만달러를 기부해서 총 6만달러를 푸드뱅크에 건넬 수 있었다. 이 돈은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는데 쓰였다. 필자가 초대 받은 연말연시 파티도 어려운 이들을 돕자는 펀드레이저로 치러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파티에서는 현금이나 쉽게 먹을 수 있는 캔 음식과 같은 기부를 선호한다.
기부라 해서 꼭 큰 액수를 줘야 한다는 법은 없다. 우리 재단에서는 직원이 25달러 이상 어느 비영리단체에 기부하면 기부한 만큼 100% 매치를 해준다. 이런 프로그램이 없어도 많은 비영리단체들은 5달러나 10달러도 고맙게 생각할 것이다. 온 가족이 조금씩 돈 모아서 줄 수도 있으며 어린 자녀들에게 기부문화의 씨를 심어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포장도 다시 생각해 보자. 스탠포드 대학 재활용센터에 의하면 추수감사절과 정월 초하루 사이에 미국에서만 나오는 쓰레기는 평상시보다 25% 이상이 많다. 이는 2억5,000만톤의 추가적인 쓰레기를 의미한다. 만약 미국 내의 모든 가족들이 선물 3가지만 재활용 포장지를 이용해 포장한다면 4만5,000개의 미식축구 운동장을 덮을 만한 종이를 절약할 수 있다고 재활용센터는 추측한다.
재활용 했다고 해서 굳이 촌스럽거나 부실하게 포장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요새는 재활용 포장지를 쓰는 게 주류사회에서는 유행이 됐다. 특히 젊은 층 사이에서 누가 더 환경을 보호하면서 멋진 선물이나 포장지를 쓸 수 있는지 약간의 경쟁마저 생겼다. 이를 테면 재활용 포장지를 쓰되 모양새가 안 맞는 끝부분까지 모조리 다 이어서 쓰면 주위의 좋은 평가와 함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파는 포장지보다는 이미 갖고 있는 종이(잡지나 신문 등)를 사용하는 데에는 나름대로의 창조적인 면이 있으면서 환경을 보호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잡지에서 선물 줄 사람에게 걸 맞는 광고나 기사를 찢어서 포장지로 만들어 쓴다면 덜 식상하고 훨씬 특이하지 않을까.
박스는 쓰지 말자. 어차피 버릴 건데 크리스마스 나무 밑에 예뻐 보이는 포장된 선물을 선보이기 위해서 박스를 사용한다면 이것은 불필요한 낭비다. 만약 박스를 재활용하고 간수한다면 얘기가 다르다.
리번도 마찬가지다. 리번은 간수하기도 쉬워서 재활용이 가장 편리한 것이다.
리번이 없다면 고무줄이나 끈을 사용해도 특이하다.
경제가 많이 어려운 마당에 지나친 소비보다는 (경제 회복에는 적당한 소비가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봉사나 기부를 고려해 보고 환경을 생각했으면 한다. 더 이상 소중한 자원 낭비를 하지 않으려면 구시대의 의식에 사로잡혀 겉치레를 중요시하기보다는 실속을 차릴 때가 온 것 같다.
조남주 /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