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NFL 와이드리시버 하인스 워드(33·피츠버그 스틸러스)가 올해 ‘액땜’을 단단히 하고 있다. 최근 NFL 선수들 설문조사에서 ‘가장 치사한 선수’(dirtiest player)로 뽑힌데 이어 29일 경기에서 패한 후에는 ‘뇌진탕’(concussion) 후유증으로 못 나온 동료 쿼터백을 비난했다가 욕만 바가지로 먹고 사과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발단은 스틸러스 쿼터백 벤 로슬리스버거의 결장이었다. 지난 22일 캔사스시티 칩스에 패한 경기 도중 다른 선수의 무릎에 머리를 맞아 경기를 마치지 못했던 로슬리스버거는 MRI 등 정밀검사 결과에서 별 문제가 발견되지 않아 주중에 계속 연습에 참여했다. 하지만 운동을 할 때마다 두통이 생기자 의료진에서 출전금지 결정을 내렸다. 따라서 로슬리스버거는 마지막 순간 결장하게 됐고, 신예 쿼터백으로 나간 스틸러스는 적지에서 연장 대접전 끝 볼티모어 레이븐스(6승5패)에 17-20으로 패했다. 특히 연장전에서 그 신예 쿼터백 데니스 딕슨이 결정적인 인터셉션을 던지는 바람에 스틸러스(6승5패)가 결국 3연패의 늪에 빠져 플레이오프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다급한 상황에 몰리자 워드가 참지 못하고 입을 연 것.
워드가 한 번 로슬리스버거의 결장에 대한 불만을 토해낸 뒤로는 ‘해명’을 할 때마다 상태가 악화됐다. 취재진은 계속 마이크를 들이밀었고 워드는 계속해서 답해 좋을 게 없었다.
이 문제에 대해 계속 언급하다보니 “플레이오프나 다름없는 중요한 경기에 로슬리스버거가 출장을 강행하지 않아 불만인 선수들이 우리 팀의 반은 된다. 얼마나 중요한 경기였는데 NFL 선수들 중 안 다쳐본 선수도 있나. 나를 비롯해 뇌진탕을 겪어본 선수들이 많지만 이렇게 큰 경기면 참고 뛴다. 의료진? 뛰고 싶어 대강 다 ‘괜찮다’고 대답해서 허락을 받아낸 뒤 출전한 적이 한 두 번인가. 선수는 장기적인 생각을 안 한다. 뛰고 본다”는 등 별 말을 다했다.
항상 “‘로슬리스-버거’는 ‘하인스 케찹’을 곁들여야 맛이 최고”라고 말하던 쿼터백의 베스트프렌드가 취할 자세가 아니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다들 워드는 워낙 승부욕이 강하고 열심히 뛰는 선수라 그 마음은 이해한다고 했다. 하지만 선수 시절 뇌진탕을 여러 번 겪어 때로는 퇴근하면서 집으로 가는 길이 생각이 안 나 눈물을 흘렸던 경험도 있다는 워드의 스틸러스 선배이자 현 ESPN 스튜디오 해설가 메릴 하지는 “워드가 승부욕이 앞서 무식한(ignorant) 말을 했는데 사람한테 뇌의 중요성을 더 이상 강조할 수 없다. 지난주 스틸러스와 애리조나 카디널스가 선수의 건강을 위해 질 것을 감안해 가며 각각 로슬리스버거와 커트 워너를 출전시키지 않은 것은 리그 차원에서 역사적인 일이다. 항상 참고 뛸 것을 강요하던 구단들이 이렇게 변한 마당에 선수가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같은 날 뇌진탕 후유증으로 시카고 베어스전에 못 나간 미네소타 바이킹스의 6년차 베테랑 가드 앤소니 허레라는 “하인스는 이기적인 선수다. 같은 입장에 있는 리그 동료로서 기분 나쁘다. 어떻게 뇌진탕이 별 것 아닌 듯 참고 뛸 것을 강요하는가. 우리 팀에는 그처럼 나의 정신력을 의심하는 팀메이트가 하나도 없다고 굳게 믿는다. 뇌진탕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50대 선배들이 많은 것을 알면서도 그런 말을 하면 안 된다. 벤이 터프한 쿼터백이라는 점은 우리 팀에서도 다 안다”고 말했다.
워드는 로슬리스버거에도 개인적으로 사과하고 페이스북 등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이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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