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성장탕 사주면 안돼?” “뭐? 왜?” “친구가 먹고 키가 컸데” “밥이 보약이야. 밥이나 열심히 먹어” 한국을 다녀온 후로 큰아들은 시중에서 파는 성장탕을 사달라고 조르기 시작이다. “할머니 보약 사 드릴 돈도 없는데 뭔 소리야? 밥이나 열심히 먹어!” “엄마, 나 진짜 공부 열심히 할께. 그것 좀 사줘~” 아, 대략난감이다. 남편의 작은 키를 큰아들이 닮은 것 같아 은근히 고민중인데 아들도 자신의 키가 고민이었던 것이다. 큰맘 먹고 영양제를 파는 가게를 들렀다. 헉? 애들 먹는 성장탕이 뭐가 그리 비싼 건가. 한 달치 개스 값이다.
“엄마, 오늘 학교 갔다 오면 그거 꼭 사다 줘” 애가 키가 크고 싶어서 먹고 싶다는데 안 사줄 수도 없고, 다른 핑계거리를 찾고 있었다. 아들을 앞에 앉혀놓고 “왜 성장탕을 먹어야 하는데?” “키 크려고” “그것 뿐이야? 그냥 밥이나 열심히 먹지. 밥 많이 먹으면 그냥 키가 크는 거야, 네가 매일 밥을 새 모이만큼 먹으니까 키가 안 크는 거라고!” “엄마, 다른 애들은 겨드랑이에 털이 난데” “이유가 그거야? 겨드랑이 털? 그게 부러운 거야?” “응” 참 할말이 없게 만든다.
“확실히 끝까지 먹을 거지? 맛없다고 도중에 그만 먹으면 알아서 해” 정말 아들은 하루에 세 번을 한번도 거르지 않고 약을 챙겨 먹는다. “엄마, 여기 좀 와봐~” 샤워를 하는 중에 나를 부른다. “왜 한 달이나 약을 먹었는데 털이 않나?” 그걸 내가 어떻게 알겠는가! 얼굴을 보니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닌 얼굴이다. “친구들은 몸에 털이 난데” 이럴 땐 어떻게 말해줘야 정답인가. 잠자리에 누운 아들에게 “친구들이 털 나는 게 그렇게 부러워?” “그게 남자거든. 진짜 남자는 몸에 털이 나야 하는 거래” “그럼, 네가 생각하는 남자가 되는 조건은 단지 털이야?” “친구들이 자랑하니까 부러운 거지”
말이 나온 김에 아들에게 2차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아들, 앞으로 남자가 돼 가는 것에는 어깨도 넓어질 것이고, 목소리도 변할 것이고, 여드름이 날 수도 있고, 그리고 물론 털도 생길 거야.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몸의 변화보다는 생각과 마음의 변화가 더 중요한 거야. 알았어? 모든 것이 조화롭게 성장하는 것이 진짜 남자인 거야”
자는 아들을 물끄러미 보는데 “언제 저렇게 큰 거야?” 마냥 아이 같던 아들이 이제 남자가 되려는 준비를 하고 있나보다. 왜 우리 집 아들들은 엄마의 생각보다 빨리 자라는 걸까? 세월 가는 것이 너무 아쉽다. 아들들의 성장을 느림보 엄마가 못 따라가고 있으니 이 일을 어찌할꼬.
<김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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