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7년 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친구의 남편이다. 가족은 말할 것도 없고 주위 사람들을 모두 경악케 했던 그의 죽음을 나는 아직까지 이해할 수 없다. 그렇게 떠나기 얼마 전, 그는 야심찬 야망을 우리 부부에게 들려주었고, 우리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축배를 들었다.
그런데 그 2주 후에 자살이라니…. 이해할 수 없는 그의 죽음에 처음엔 경악했고 점차 화가 나다가는 슬펐으며 종당엔 허무했다.
오리건 콜롬비아 강에 그의 재를 뿌리기 전 날, 그를 추모하며 애도하는 시간 내내 눈길이 머물었던 건 그의 몸뚱이를 태우고 남은 재가 담긴 작은 주머니였다.
주머니 속 한줌의 재, 그것이 고작 그가 남긴 것의 전부였다.
톨스토이의 단편 중 ‘사람에게는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할까’ 라는 글을 보면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결국 자신의 몸뚱이 하나 누일 한 뼘의 땅이다. 전에는 그다지 실감하지 못하고 살았던 사실이 그의 죽음으로 인해 가까이 다가왔다.
2주 만에 달랑 한 줌의 재로 화한 그를 옆에 두고 있자니 정말 허무했다. 그가 죽기 전 그의 야망을 향해 축배나 들 일이 아니었다. 야망 뒤에 감추어진 그의 고독의 심연을 보았어야 했다. 그러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후회가 된다.
우수정/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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