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환상을 가지고 산다. 섹스의 환상도 가지고 산다. 그 환상에 뚜껑을 덮고 산다. 그렇지 못하다면 이 세상은 한바탕 무질서와 혼란의 도가니가 되고 말 것이다.
반면 그 뚜껑을 벗어 버리고 싶은 호기심과 유혹도 인간에게는 있다. 체면, 양심, 도덕, 종교적인 감화가 이 뚜껑을 덮고 살 수 있도록 도와준다. 성경에는 이런 말이 있다. “음욕을 품은 자는 이미 간음한 자라”
어쩌다가 뚜껑을 벗은 사람을 보게 된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에게 이것은 재미있는 가십거리가 된다. 특히 그 사람이 유명인사라면 큰 뉴스거리가 된다. 왜냐하면 그 사람들도 뚜껑을 벗고 싶은 유혹이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개봉된 “아내를 사랑하나봐(I think I love my wife) 라는 희극 영화가 있었다. 영화의 주인공 리처드는 부러울 것 없는 중년신사다. 그는 잘 나가는 재정회사의 직원이다. 아내는 학교선생으로 책임감이 있고 완벽주의자로 예쁜 두 딸을 모범적으로 키우는 빈틈없는 현모양처다.
한 가지 모자라는 게 있다면 이 부부에게는 섹스가 없다. 아내는 항상 피곤하고 바쁘다. 이렇게 되고 보니 자기도 모르게 리처드는 오가는 여인들을 눈여겨보게 된다. 야한 옷을 입고 날씬한 몸매를 보이며 요염하게 걸어가는 여자들을 보면 그의 눈은 바쁘게 돌아간다.
이런 와중에 친구의 옛날 약혼녀 니키가 나타난다. 리처드는 아내와 자녀를 사랑할 뿐 별다른 생각이 없는 사람인데 니키가 끈질기게 쫓아 다닌다.
남녀의 사건은 큰일 보다는 작은 일에서 종종 시작된다. 그리고 먼 곳이 아니라 가까운 곳에서 시작된다. 예를 들어 어느 부인이 교회에서 보니 남편이 한 젊은 부인의 손을 다정하게 만졌다. 부인이 따져 물으니 남편의 대답은 “아무 것도 아니야. 동생같이 귀엽고 반가워서”였다. 그날 오후 부부 사이에는 한바탕 싸움이 벌어졌다.
어느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동창 부부들이 모여 먹고 마시고 춤을 추었다. 즐거운 시간을 마치고 모두 헤어질 때 친구의 아내를 어설프게 포옹하면서 덥석 입을 맞춘 남자가 있었다. 여인은 당황했다. 그리고 창피해서 남편에게는 말도 못했다.
환상의 뚜껑이 잘못 열릴 때 인간은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된다. 그것도 유명인사일수록 그 대가가 크다.
아이들이 컴퓨터 게임을 하듯 어른들은 포르노 영상을 인터넷을 통해서 본다. 기독교국을 자랑하는 미국에 포르노가 번창 하는 사업이라고 한다. 왜 어른들이 이런 영상을 볼까? 머릿속에 쌓아둔 환상의 뚜껑을 컴퓨터 앞에서 열어 보는 것이다.
섹스는 신혼부부나 젊은 부부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중년부부 그리고 노년 부부에게도 필요하다. 섹스는 육체로 하는 것이지만 그보다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머리로 하는 것도 아니고 사랑으로 하는 것이다. 서로 아끼며 사랑하는 부부는 풍족한 섹스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욕구가 충족이 되면 섹스의 환상은 줄어들 것이다.
이영범 / 임상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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