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의 명성이 추풍낙엽이다. ‘밀워드 브라운 리서치’에 의하면 그의 여성 편력이 발각된 후 84%였던 좋은 이미지가 80%의 나쁜 이미지로 급강하하였다. ‘진짜’가 ‘가짜’로 곤두박질친 것이다.
금년은 유난히 자기를 드러내려는 가짜가 판을 친 한 해였다. ‘풍선 소년’의 난리를 친 것도 그 부모가 이름 내고 돈 벌려는 가짜 연극이었다. 화려하게 차려 입고 백악관 파티에 나타나 카메라 세례를 받고 기념촬영까지 한 가짜 불청객도 있었다.
우리 모두 ‘포장시대’에 살고 있으니 누구를 탓하겠는가. 미국의 포장산업은 연간 350억달러의 시장이다. 포장으로 값을 높게 매길 수도 있다. 실제로 30달러짜리 커피 끓이는 주전자를 포장을 고급스럽게 해서 60달러를 받은 일도 있다고 한다.
이런 부당한 이익을 막기 위하여 미국은 ‘정당한 포장에 관한 법령’(The Fair Packaging and Labeling Act)도 가지고 있지만 돈 벌려는 프로들의 꾀를 법이 어찌 따라잡을 수 있겠는가. 사람의 아름다움도 화장, 머리, 옷, 손톱, 발톱 가꾸기와 연결되어 있어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가리기가 어렵다.
맨해턴 ‘도어맨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맨해턴에 약 4,000명의 도어맨이 있다. 그들은 보수보다 3배나 되는 팁으로 산다. 팁은 입을 다물어주는 값이다.
도어맨은 아파트 입주자들을 샅샅이 다 안다. 마약 상습자, 가정 폭력자, 밍크 입은 창녀 등 천태만상이다. 예를 들어 한 아파트에 보이프렌드 셋을 가진 미녀가 살았다. 어느 날 ‘넘버 2’의 신사가 약속을 어기고 ‘넘버 3’가 올 날에 미리 방문하였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린 도어맨은 모든 수단을 다하여 ‘넘버 3’를 내쫓아 그 공로로 팁을 두둑이 받았다. 가짜가 난무하는 세상이다.
예수는 ‘긴 옷’을 입고 다니는 성경학자들을 경계하라고 하셨다. 그들이 평상복이 아닌 긴 예복으로 포장하고 있는 이유를 분석하셨는데 장터에서 인사 받으려고, 집회와 잔치의 상좌에 앉으려고, 그리고 과부의 재산을 삼키려는 엉큼한 흉계가 있다는 것이다. 가짜 지도자에 대한 폭로이다.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 인도 마발 지방의 이야기가 나온다. 거기서는 악마 상을 희게 칠한다고 한다. 악마는 흔히 정결과 정직의 탈을 쓰고 인간에게 접근하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는 ‘베니스의 상인’에서 “악마도 의젓하게 성경을 인용하면서 자기 목적을 성취할 줄을 안다”고 꼬집었다.
지미 카터 대통령을 망신시킨 사건이 있었다. 이란의 인질 구출작전이다. 6개월 동안이나 훈련 받은 프로들이 어째서 그런 어처구니없는 실패를 하였을까? 당시 뉴스위크지 마르틴 기자에 의하면 실패의 원흉은 ‘하부우브스’라는 사진(沙塵)이었다고 한다. 강풍이 모래를 날려 사방을 어둡게 하는 사막지대의 자연현상이다. 미 특공대는 운 나쁘게 하부우브스에 걸려 수송기와 헬리콥터가 충돌하는 참상을 빚어냈다.
하부우브스는 우리에게도 일어난다. 과대광고는 실속 없는 제품에 치는 연막이다. 연설이나 설교에서 소리를 크게 지르는 것은 내용이 빈약한 경우가 많다. 속임수를 가리려는 선심공세도 얼마나 많은가.
인간의 가장 추한 병은 거룩함을 가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두머리가 이 병을 가지면 그 제자들도 같은 병에 걸리기 쉽다. 거룩함을 나타내려는 자보다는 솔직한 죄인이 훨씬 하나님과 가까이에 있다. 훔친 것도 거짓말도 용서받을 수 있다. 그러나 위선자는 용서받기 어렵다. 왜냐하면 위선자의 고백, 회개, 사과, 역시 진실을 가장한 위선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효섭 / 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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