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이라고 하면 극지방이나 아프리카 오지 같은 지역을 다녀온 후 쓴 여행기가 연상되겠으나 뉴욕 한인들에게 지척으로 느끼지는 LA를 4박5일 체험(!)하고 쓰는 여행기에 ‘기행문’이라는 거창한(?) 단어를 차용하기로 하였다.
20~30년 전까지 만하더라도 로스앤젤레스는 전 세계 영화산업을 리드하는 화려한 할리웃과 은막의 스타들, 디즈니랜드가 떠오르고 유행가 ‘나성에 가면…’에서 느껴지듯 가보고 싶고, 살아 보고 싶은 동경의 도시였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매연, 폭력, 인종폭동, 마약, 지진, 산불, 주정부 도산위기, 한국 범법자들의 도피처와 같은 이미지로 얼룩져 왔다.
LA 방문은 내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동창들이 마중 나와 그들에게 몸을 ‘맡겼기’에 동서남북을 알 필요도 없는 ‘간접 여행’이었으나, 이번에는 비행기, 렌터카, 호텔까지 직접 예약을 한 100% 알짜 체험여행이었다.
이번 여행은 미리 예정되었던 것은 아니었다. 경희대학교와 한국문학평론가협회가 공동 제정한 해외동포문학상의 수필부문 가작(‘뉴욕에서 바라보는 조기 유학’)을 수상하게 되었기에 LA에서 거행되는 시상식에 참석하여 달라는 요청을 갑자기 받았다. 자주 있을 것 같은 행사도 아니기에 만사를 접고 ‘날씨 좋은 이국 남쪽나라’로의 여행은 감행되었다.
이렇게 결행된 여행은, 사물을 어느 정도 판가름 할 줄 안다고 자부하여 왔던 필자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매스컴을 통하여 만들어진 LA의 이미지는 “더 이상 사람이 살 곳이 못 되는 곳”만 같았다. 그런 평소 인식이 이번 ‘직접 체험여행’으로 완전히 불식되어 버렸다.
“사람이 살 만 가치가 있는 곳”이기에 “장래를 기약할 수 있는 곳”이기에 미래를 보고 투자하여 이룩하여 놓은 코리아타운에서 또 다른 한강의 기적을 보는 듯하였다. 한국의 중소도시 규모의 코리아타운을 일구어낸 한인들의 저력에 경외심까지 느끼게 되었다.
엄청난 한인타운의 규모가 조금은 우월감에 살아가고 있는 뉴요커를 완전히 기죽게 만들었다. 뉴욕, 뉴저지 한인타운이라면 플러싱 유니언 상가, 맨해턴 32가, 뉴저지 팰팍의 브로드 애비뉴 등 3~4 곳이 고작인데, LA는 한마디로 LA시 한가운데 동서남북 일대가 모두 한인타운이었다.
이번 여행이야 말로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사실을 극명하게 확인시켜 주었다. 부상의 10배에 해당하는 여행경비를 썼지만, 이번 여행의 가치는 그 경비의 10배, 100배보다 컸다.
한태격 / 뉴욕평통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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