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잃은 후 집에서는 나왔으나 갈 데가 없어 찬바람 부는 거리를 방황하는 이들이 있다. 수년간 가꾸어온 가게를 정리하고 신문광고를 뒤적이며 렌트비를 걱정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은행의 잔고는 바닥이 나고 카드빚은 늘어 독촉전화 걸려오는 것이 무서울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은 잘 나가는데 자기만 낙오된 듯한 무거운 절망감이 짓누르기도 할 것이다.
뒤뜰에 심어 놓은 히아신스에서 교훈을 배운다. 일년 내내 땅속에서 생명의 꿈을 알뿌리에 담고 참고 기다리다가 추운 겨울이 지나고 잔설이 남아 있는 이른 봄 눈 속에서 굵은 꽃대를 힘차게 올리며 고개를 든다. 겨울의 추위가 더 심할수록 꽃의 향기는 더욱 짙게 퍼진다. 어려움에 굴하지 않는 강한 생명력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한 생을 살다보면 실패와 좌절이 있게 마련이다. 실패를 절망으로 받아들이면 마이너스 인생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고 참고 기다리며 새로운 기회를 준비하면 반드시 향기롭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게 될 것이다.
인생의 막다른 길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는 경우가 있다. 자랑하고 싶은 학벌, 잘 나가던 시절의 사장이라는 허울을 빨리 던져버릴수록 새로운 기회도 빨리 올지 모른다. 눈을 내려 아래를 보면 새로운 길이 보일 것이다. 자격증 취득을 위한 공부를 한다든가, 외국어를 더 익힌다든가, 기술을 배울 수도 있을 것이다.
은행의 잔고가 마이너스가 되고 생활이 궁핍해지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고 실패와 절망에 좌절하여 아무런 시도도 해보지 않고 생을 허송해 버리는 것이 진정으로 마이너스 인생이다.
나정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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