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릴 적 만해도 설을 맞는 준비는 대단했다. 새해 전날은 온 식구가 차례대로 대중목욕탕에 가서 몇 시간을 보내고 온다. 손톱, 발톱, 머리까지 단정하게 다듬는다.
그리고 제일 신나는 일은 엄마의 손에 이끌리어 시장에 가서 새 옷과 신발을 사는 일이다. 엄마는 1년 동안 자랄 것을 예상하여 항상 넉넉한 사이즈로 옷을 장만하신다. 1년에 한번 오는 기회라 어떤 옷을 사던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정초에 아이들이 저마다 자랑하기 위해 제 몸에 맞지 않는 헐렁하기 그지없는 새 옷과 신을 신고 나와 놀던 모습을 생각해 보면 웃음이 절로 난다.
이런 분위기 탓에 어린 마음에도 새해를 맞는 각오는 대단했다. 비록 작심삼일일지언정 거창한 계획을 세워 보기도 했다. 세뱃돈을 받으며 어른들로부터 듣는 “부모님 말씀 잘 듣고, 공부 잘하고, 훌륭한 사람 되어라” 하는 새해 덕담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요즘은 먹을 것, 입을 것을 걱정하는 시대가 아니다 보니 새해 맞는 준비가 특별하지가 않다. 그러다 보니 새해를 맞는 기분도 그다지 절실하지 않고 그저 또 다른 하루의 시작쯤으로 여긴다.
어려웠던 생활 속에서 새해를 맞는 마음은 간절함이 더하다. 어린 시절처럼 구습의 헌 옷을 벗어 버리고, 몸과 마음까지 깨끗하게 한 후, 거룩한 새 사람의 옷을 입고 새해를 맞이해 본다.
김인숙/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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