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놀이 한 편의 아름다운 시라면 단풍은 늦가을을 그린 한 폭의 수채화다.
뭉게구름은 한순간도 집착하는 법이 없다. 시시각각으로 무상의 교훈을 말한다. 도도한 물결은 백옥처럼 부서지며 한낱 물거품으로 쓰러진다. 눈부신 백설은 고운 빛으로 왔다가 흔적 없이 사라진다. 비 온 뒤에 무지개는 웃는다.
자연의 종장은 한결같이 아름답다. 아름답기에 덧없고, 덧없기에 순간을 아낀다. 자연은 저마다 경이로움과 감동을 주고 떠난다. 그것은 자연이 순리를 따르기 때문이다.
헐뜯지 마라, 겸손하라 하는 말들은 다 자연을 보고 인간이 배운 금언일 뿐이다. 산은 높아도 뽐내지 않고 물은 깊어도 드러내지 않는다.
하늘이 무슨 말을 하던가. 노인이 말을 아끼고 잔잔한 미소로 살아간다면 현명한 일이다. 자연을 보면서 노인은 너그럽게 살고, 집착하지 말고, 아름답게 죽음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노년은 어둠이 아니고 삶을 마무리하는 황혼이다. 낙엽이 아니라 감성으로 곱게 물든 단풍이다. 고개 숙인 꽃은 낙화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죽으면서 후회한다. 파계승 중광의 묘비에는 ‘괜히 왔다 간다.’라고 썼다. 공자도 적재적소에 쓰이지 못한 자신을 죽는 순간에야 깨달았다. 김활란 여사는 큰 사랑의 빚을 지고 간다고 했다. 페스탈로치는 모든 것을 용서한다고 했다.
사람은 평생 그린 그림 위에 고백이라는 하얀색을 덧칠하고 간다. 세상 번뇌 다 털어버리고 진솔하고 겸허한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 자연의 섭리다.
애도가 죽은 자에 대한 산 자의 슬픔이라면 명복은 죽은 자가 저승에서 받는 복이다. 빌어줄 복이 있으면 죽음은 끝이 아니다. 감사할 일이다. 울고 왔지만 갈 때는 힘들어도 웃고 가자.
고영주/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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