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큰 아이가 사춘기다. 언젠가부터 말수가 적어지면서 무게를 잡기 시작하더니만 점점 엄마에게 거리를 둔다. 가슴 한 귀퉁이가 휑한 것이 적응이 되지 않는다.
아이가 영 낯설어질 때면 녀석 어릴 적 앨범을 꺼내 하염없이 들여다보곤 한다. 사진 속 녀석의 배꼽이 가관이다. 탱자만한 것이 금새라도 터질듯 부풀어 올라 있다. 아이가 울어 재끼기라도 하면 탱자배꼽은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르고, 그걸 지켜보며 발을 동동 구르고 애타 하던 기억이 있다.
그 후 어찌어찌하여 잘 아물어서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얌전하게 자리 잡은 큰 아이의 배꼽을 보면서 그것의 모체였던 탯줄을 생각한다. 태아에게 유일한 젖줄이자 생명줄이던 탯줄.
멀지 않은 미래에 또 한번 탯줄을 끊어야 함을 느낀다. 이번엔 보이지 않는 탯줄, 마음의 탯줄이다. 품 안에 있던 자식이 어느덧 장성해 세상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언젠가 품을 떠날 테지 하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서늘해진다. 그래도 산뜻하게 그 일을 치르리라 다짐한다. 녀석과 연결된 탯줄을 제때, 제대로, 산뜻하게 끊으리라 생각한다.
엄마들이 미련 버리지 못하고 붙들고 있다 보면 어느날 느닷없이 자식 쪽에서 일방적으로 탯줄을 끊고 나가는 비극을 주변에서 보아왔기 때문이다.
우수정/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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