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국 정부는 아프가니스탄에 한국군을 파병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앞으로 파병될 병력은 비전투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므로 인명손실의 위험이 적고, 한국은 국제사회의 주요 구성원으로서 파병할 의무가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두 가지 모두 모호하다. 첫째, 아프간의 안보 현실은 폭발직전의 상황이며, 아프간 전역은 안전지대가 없는 전쟁터가 된지 오래다. 파병될 병력은 언제든지 공격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비전투 부대냐 전투 부대냐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
둘째, 한국정부는 지금이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보 증진에 공헌할 때라고 하지만 아프간 전쟁은 UN이 지지하는 전쟁이 아니다. 모든 병력은 미국의 주도로 대부분 NATO 소속 국가에서 차출된 전투 병력이다. 게다가 현 아프간 정부는 부패하고 무능한 정부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정권을 돕는 것은 밑바닥 없는 구덩이에 돈을 쏟아 붓는 행위에 불과하다.
한국군 파병결정의 진짜 이유는 미국 정부의 압박 때문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친미성향이 강한 한국정부는 그동안 미국 정부의 의도에 기꺼이 맞춰 왔다. 한국 정부는 국내 반대여론을 의식해 파병 결정을 미루다가 여론을 무마시키는 동시에 미국을 만족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비전투 부대를 파병하는 꼼수를 뒀다.
한 나라 정부의 의무는 국가이익을 증진시키는 것이지 외세의 이익을 높이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국익을 위하는 것이 과연 한국의 국가이익에 부응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아프간에서 수행중인 미국의 임무는 인기가 없다. 한 여론조사에서도 대다수 미국인들이 전쟁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전통 우방인 캐나다, 네덜란드, 아일랜드, 이탈리아 역시 조만간 병력을 철수시킬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심지어 일본도 미국의 전쟁을 지지하기 위해 수행하던 인도양 해상 급유 임무를 중단할 계획이다. 영국에서는 아프간 전쟁을 반대하는 국민감정이 높아져 정부가 장기적인 파병 의지에 신중함을 보이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영국인의 64%는 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없으며, 철군을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정부의 파병결정은 현실에 역행하는 것이다.
더욱이 중앙아시아를 장악하기 위해 게임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같은 편에 서는 것은 한국의 국익과 맞지 않다. 왜냐하면 이는 중국, 러시아, 많은 무슬림 국가들의 이익과 상충하기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함께 이 지역에서 미국의 존재에 대항하려는 목적으로 상하이 협력기구(SCO)를 결성했다. 강대국간 체스게임에서 한국의 올바른 위치는 중립을 유지하고 어느 편도 들지 않는 것이다.
미국은 더 이상 과거의 미국이 아니다. 한국의 복지는 미국 일변도에서 벗어나 경제적으로 부상하는 중국, 아직도 군사적으로 강력한 러시아의 이익 사이에서 주의 깊은 균형을 맞추는 데 달려 있다.
한국은 생존을 위해 미국 원조에 의존해야 하는 작고 가난한 나라가 더 이상 아니다. 한국은 수조 달러의 경제규모를 갖춘 12번째 경제대국이다. 이러한 경제력을 갖춘 나라라면 자존심의 이미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설사 ‘노’라고 말해 비용을 지불하는 한이 있더라도 필요할 때 ‘노’라고 말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
로베르토 홍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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