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꽃피는 4월에 병환 중인 오빠를 뵙기 위해 귀국길을 서둘렀다. 황금 같았던 전성시대는 어디로 가고 황량한 겨울 길목에 홀로 서있는 듯 오빠는 초점 잃은 젖은 눈을 하고 있었다.
비애에 짓눌린 모습이 선명해 얼마나 가엾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의지가 강한 오빠는 차차 회복이 되면서 러닝머신 위에 올라 힘겹게 걷기도 하고 차를 천천히 몰고 가까운 공원으로 산책도 가고 입맛 돋우는 식당을 찾아내 입맛에 맞는다며 음식 한 그릇을 다 비웠다.
힘겨운 항암치료도 마다않고 온가족이 합심해 8개월 동안 힘든 과정을 견디면서 완치의 기쁨을 기대했건만 갑작스런 호흡 곤란으로 응급실에 입원한지 보름 만에 오빠는 다시 올 수 없는 길을 가셨다.
오빠가 운명하던 시간 믿기 어려운 일을 경험했다. 콤팩트디스크에서 흘러나오는 성가 ‘오 거룩한 밤’은 성탄절이면 늘 들으며 한 번도 슬픈 곡이라 느껴본 적이 없는데 그때는 가슴을 에는 슬픈 음악으로 변해 오빠가 갑자기 가엽고 보고 싶었다.
나중에 따져보니 그 시간이 바로 오빠가 운명한 시간이었다. 오빠가 잠시 영혼으로 왔다간 것으로 믿고 싶어진다. 요즈음 같이 의리도 책임감도 헌신짝 같이 버리는 세상에 우리 형제들에게 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오빠였다.
태어난 날이 있으면 반듯이 죽음의 날도 있겠지만 죽음이란 대책 없이 찾아온다는 것을 알았다. 인간은 어차피 제한된 시간을 살다가는 존재인 것도 깨달았다.
오빠는 이제 우리 곁을 떠나 육안으로는 두 번 다시 볼 수 없으나 무더운 여름 그늘이 되어주는 키 큰 나무로, 추운겨울에는 따뜻한 햇볕으로 우리 형제 가슴속에 살아있는 더없이 든든한 존재이다.
유설자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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