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 한국의 한 문예지에 시 몇편 제출하여 등단의 영예를 안았다. 그러나 후에 그 문예지를 자그마치 50권이나 사야 등단 패를 보내 준다고 해서 할 수 없이 살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협회를 통해 시작 활동도 해왔고 시집도 냈으니 애써 쓴 시의 고료를 받아야겠지만 실제는 반대이다. 협회비와 협회지에 시를 싣는 대가로 출판비를 매년 지불해야만 시작활동을 할 수 있다. 이런 현실을 이야기하면 어떤 친구는 잘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처음 등단된 문예지에 시 몇 편을 보냈어도 감감 무소식이다. 아마 이번에도 책 몇 권을 사주어야 실릴 모양이다. 문예지가 잘 팔리지 않아 어렵다 보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이곳 미주 시인들의 실상이다.
시집은 시인에게는 애써 모은 수확이다. 그걸 팔아야 인쇄비라도 건질 텐데 아무도 사주지 않는다. 인쇄비는커녕 서점에 가서 위탁판매를 부탁해도 찬밥 신세이다.
각박한 이 세상에서 언어를 다듬고 순화시키는 시인이 없다면 누가 우리말을 풍성하게 이끌어 갈 것인가. 아무리 살기 어려워도 시집을 거저 얻으려 하지 말고 제발 좀 사주기를 바란다. 그래야만 이 땅의 가난한 시인들이 살고 이 사회의 정서와 모국어가 풍성해질 것이 아닌가.
전종진 / 재미시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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