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 벨이 울렸다. 쿵쿵거리는 가슴을 억제하며 문을 열었다.
불쑥, 장미꽃 한 다발이 내 가슴에 와 안긴다. 남편과 키가 똑같은 남자, 콧날이 그대로 남편을 연상케 하는 남자, 한 눈에 보기에도 믿음직한 청년이 내 앞에 서 있다.
딸을 평생 반려자로 삼고 싶단다. 25년 전, 작은 물방울처럼 솟아오르던 첫 태동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한데 어느덧 딸이 탐스런 꽃망울이 되어 한 청년의 눈길을 사로잡았나 보다. 32살에 얻은 딸을 10살이 되도록 무릎에 앉히고 밥을 먹던 남편이 오늘 이 자리에 있어야만 하는데. 딸이 선택한 사윗감을 봐야 하는데.
처음 유치원 가던 날 노란가방 메고 내 손잡고 걷던 고사리 손의 부드러움이 아직도 내 손에 남아있는데, 거대한 피아노 앞에 매달리듯 앉아 건반 위에 작은 손 얹어 꼼지락거리던 아이, 빨간 모자에 유니폼 입고 줄지어 소풍 가던 딸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선한데 어느새 시집갈 나이가 되었다.
아직도 딸에게 할 말이 많은데, 가르쳐야 할 것이 많은데, 딸과 진지한 인생을 얘기하지 못한 것 같은데, 벌써 꽃향기 뿜는 처녀가 되어 청년의 맘을 뺐었나 보다.
가슴 속에 품은 보물을 내어 주어야 하나보다. 보물 중에 보물인 딸. 그 보물을 한 청년이 가져가겠다 한다. 꼭 쥐고 있던 딸의 손을 놓아야 하나 보다. 생명으로 낳고 가슴으로 빚어 만든 딸을 내주어야 하나보다.
보물이기에, 사랑하기에 그렇게 해야하나보다. 떠나보냄의 준비가 안 되었는데 이젠 정녕 보낼 때가 되었나 보다.
이 에스더 / 교회음악 사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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