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로 시작되는 이름이 시끄럽다. 타이거 우즈라는 일개인의 이름이 지면을 한 달 넘도록 장식하더니 이번에는 도요타 자동차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위의 두 이름은 몇 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첫째, 영역은 다르지만 난공불락, 어느 누구도 그 아성에 범접할 수 없던, 글자 그대로 세상을 지배하여 왔던 주인공들이다. 둘째 이들은 형태는 다르지만 욕망을 자제하지 못했다는 점이 같고, 셋째 그동안 쌓아왔던 명성이 하루아침에 급전직하, 실추되고 있다는 점이 같다. 끝으로 불미스런 사실이 밝혀진 뒤에도 부인 또는 늑장대응으로 실기하였다는 점이다.
아내와 두 아이를 거느린 가장 타이거에게 얼마나 여성들이 많았든지 미국 신문 가운데 역사가 가장 긴 지령 209년의 뉴욕포스트가 열두 달 매월 생일이 다른 그의 여인들의 수영복 모습을 담은 2010년 달력을 제작하여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골프 황제에서 ‘바람 황제’로 전락한 타이거가 6주 과정의 강도 높은 섹스중독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에서까지 ‘섹스 중독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인터넷 게시판 상담 코너에는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일본 간판기업 도요타 자동차는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얼굴 GM을 제치고 2008년 미국시장을 장악했지만 그 과정에서, 무리한 확장으로 부품의 품질검사에 소홀하였고, 소비자들의 민원 및 사고 신고를 무시한 결과 더 큰 화근을 불러들이고 말았다.
“악취가 나면, 뚜껑을 덮어 버려라”-월스트릿 저널이 최근 도요타 사태를 보도하며 인용한 일본의 속담이다. 이번 사태는 일본의 법체계와 기업 전통이 만들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신문은 일본의 위기관리 능력이 총체적으로 미흡하였기 때문에, 이번 사태에 대한 도요타의 대처방식이 민첩하지 못하였고, 수습방법 또한 서툴었다고 지적하였다.
문제가 발생하자 처음에는 부인하다가, 그 다음에는 축소하였고, 코너에 몰려서야 잘못을 시인하는 방식이었다는 점이다.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도 위기관리에 있어서만큼은 결함을 드러낸다는 점을 지적받고 있다. 세계가 인정하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회사에서 결함 있는 제품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좀처럼 용인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회사에 대한 지나친 충성심이 소비자에 대한 경시로 이어지기도 한다. 기업 내 뚜렷한 위계질서가 기업 내부의 문제를 드러내지 못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월스트릿 저널은 “주식회사 일본(The Japan Inc.)의 고질적인 정경유착은 경제 기적을 가져왔지만, 이제는 그 활력이 소진되었다”는 평가를 내렸다.
뉴욕타임스도 도요타가 안전문제에 대해 항상 늑장대응으로 일관하였다고 비판하였다. 2002년엔 엔진오일 찌꺼기로 엔진이 막힐 수 있다는 내용의 불만이 수천 건 접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에는 운전자들이 엔진오일을 자주 갈지 않아 생기는 문제라고 발뺌하다가, 뒤늦게야 보증기간을 늘려주기로 합의한 것도 늑장대응 사례로 지목하였다.
그게 바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으려다” 급기야는 불도저로도 막을 수 없는 지경까지 도달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
인간의 욕정이나 기업의 탐욕이 엄청난 화를 자초한 것이다. 모습을 감추려고 후드를 쓰고 섹스중독 치료소로 가는 타이거의 모습에서 참담함을 읽었고, 도요타 사태를 보며 정신대를 부인하고,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인들의 진면모를 확인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한태격 / 뉴욕 평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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