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동계 올림픽 숏트랙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경기중계를 하는 NBC의 카메라는 온통 아폴로 안톤 오노에게 집중된다. 그는 이번 올림픽에서 어부지리 은메달 1개와 동메달 1개를 추가해 미국 선수로서는 동계 올림픽 사상 최다 메달을 획득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그가 3번의 올림픽을 통해 얻은 메달은 7개(금2, 은2, 동3)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보니 블레어가 가지고 있던 6개(금5 동1) 기록을 깼다. 메달색은 그리 따지지 않는 미국적인 사고방식이 드러난다. 어쨌든 올림픽에 스타가 필요했던 중계 방송사로서는 오노 만한 선수를 찾아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오노는 그런 기대에 부응했다.
2002년 솔트레익시티 동계올림픽에서 시작된 오노와 한국과의 악연은 8년이 지난 이번 올림픽까지 계속되고 있다. 발단은 1,500m 결승에서 오노의 ‘할리웃 액션’으로 1위 골인한 김동성 선수의 실격이 선언되고 대신 그가 금메달을 차지하면서 부터였다.
이 일이 있은 후 오노는 한국 사람들에게 ‘공공의 적’이 되어버렸다. 그가 하는 행동과 말 한마디 한마디가 비판의 대상이 됐다. 오노를 보노라면 얄미운 점이 없지는 않지만 그에 대한 시선이 상당히 왜곡돼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이번 올림픽에서 오노는 1,500m 결승 후 “이번에도 한국 선수가 솔트레익시티 때처럼 실격을 당했으면 했다”는 말을 한 것으로 보도돼 분노를 샀다. 그러나 그의 인터뷰 전문을 보면 ‘한국’이라는 단어가 없다. 그의 말은 덧입혀지고 각색돼 전달되는 일이 많다. 한국 팬들과 언론에 깊이 박힌 미운털 때문이다.
한국 팬들에게는 찍힌 오노지만 미국에서의 인기는 상상을 넘어선다. 숏트랙 선수로서의 기록뿐 아니라 지난 2007년 ‘스타와 춤을’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우승하면서 그의 대중적 인기는 연예인 못지않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염소수염은 여성들에게 섹시하게 어필한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오노는 빙상계의 전설 에릭 하이든에 이어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동계올림픽 선수 2위로 뽑혔다. 밴쿠버에서 역대 최다 메달리스트 기록을 세움으로써 올림픽 이후 그의 몸값은 더욱 치솟을 것이 확실하다. 오노는 한국과 깊은 인연을 갖고 있다. 불량 청소년이었던 그가 숏트랙이라는 스포츠에 빠진 것은 TV를 통해 1994년 올림픽 한국 선수들의 레이스를 보면서부터였다. 간혹 밉상스런 말과 행동을 하긴 해도 오노는 기본적으로 한국 선수들의 실력을 높게 평가하는 일을 주저하지 않는다.
또 지난 1992년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밀입국했던 한국 소년이 미국 숏트랙 대표선수가 되도록 물심양면으로 돕는 등 따스한 면모도 갖고 있다. 선수 생명이 짧은 숏트랙에서 3번이나 올림픽에 출전하고 생소한 분야인 춤에 도전해 최고의 자리에 오른 오노는 자기 관리 면에서 분명 본받을 점이 있다.
오노와 한국이 악연을 오래 이어가고 있는 데는 혼혈인 그의 일본 이름도 어느 정도 한몫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그를 비판하고 미워한다고 해도 오노는 미국에서 여전히 인기인이고 수퍼스타이다. 이런 구도에서는 화내고 미워하는 사람의 입장이 오히려 머쓱해 진다. 오노를 미워하는 일에서 이제는 벗어날 때가 되지 않았을까.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