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가 발명되기 이전 미 대륙 개척시절에는 농부들이 돼지고기 통(Pork Barrel)에 햄이나 소시지 같은 돼지고기를 보관하곤 했었다. 가운데가 불룩 나온 그 나무통에는 또한 은전 등 집안의 재물을 넣어 보관하기도 한 역사에서 19세기 말엽부터인지 연방의원이 자기 선거구에 연방예산을 끌어들여 자신의 재선을 도모하기위해 선심을 베푸는 행위를 ‘Pork Barrel’이나 간단히 ‘Pork’라고 지칭하게 되었다.
2월 초순에 담낭수술의 후유증으로 77세를 일기로 사망한 존 P 머사(펜실베니아, 민주) 하원의원은 ‘King of Pork’ 라고 불릴 정도로 펜실베니아 서남쪽에 있는 자기 선거구에 수십억 달러의 연방예산이 배정되게 하였기에 주민들의 사랑을 엄청나게 받았던 사람이다.
2년 임기의 하원의원에 처음 당선되었던 1974년 이래 무려 18번이나 재선되었던 역사만 보아도 그의 인기를 알 수 있다. 재선을 거듭할수록 관록이 붙은 것은 당연지사라서 머사는 민주당 의원들의 칭송만이 아니라 일부 공화당 의원들로부터도 존경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실상 낸시 펠로시 의원이 최초의 여성 하원의장으로 선출된 것도 민주당의 중진인 머사 의원의 지지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해병대 출신으로 월남전에도 참전했던 머사는 특히 펜타곤의 열렬한 지지자였으며 자기 고향 존스타운 부근에 있는 회사들에게 국방에 관련된 연구예산이 집중 투입되도록 연방예산 책정에 있어서 위력을 발휘했다.
그 소도시에 위치하고 있거나 지사를 두고 있는 회사들이 국방부의 예산배정 중 상당액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재주를 머사는 떳떳하게 구사하면서 “내가 만약 부패했다면 그것은 나의 선거구를 돌보기 위함이었다”라고 공언하기까지 했다.
머사의 비판자들은 그가 자기의 선거구에만 혜택이 돌아오도록 자기가 지정하는 회사들만이 국방부의 무기나 무기연구 예산을 받게끔 했다고 비난한다. 머사 의원의 장기는 역시 예전에 소, 돼지 등의 동물의 귀에 소유권자를 알리는 표식을 한다는 의미의 ‘earmarking’이란 단어가 의원들이 연방정부의 돈을 공개입찰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자기들이 선호하는 공공사업이나 회사에게 배정되도록 하는 관행을 예술의 경지(?)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그의 지역구 선심용 예산 배정을 받은 회사들이 그의 선거기금에 관대한 기부를 해왔다는데 있다. 그래서 기자들이 그의 ‘earmarking’ 관행을 추궁하면 그는 주머니에서 닳고 달은 미 헌법 책을 꺼내 보이면서 헌법에 “미국의 의회는 돈을 배정한다”라고 되어 있는 것을 아느냐고 되묻곤 했다는 일화를 남겼다.
머사는 1970년대 말 소위 앱스캡이라는 뇌물 스캔들 때 기소되지 않은 공모자로 지목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그것은 FBI의 비밀조사로서 연방의원들 몇이 아랍의 부호 통치자들의 하수인들로 자처하는 FBI 직원들로부터 뇌물을 받아들이는 것이 비디오에 녹화된 사건이었던바 머사는 아랍계에서 오는 자금으로 자기 선거구를 돕겠다는 말은 했지만 직접 돈은 받지 않아 기소는 면했었다.
최근 여론 조사들을 보면 미국시민들은 미 의회를 몹시도 불신하고 있다. 오바마의 인기도 1년 전과는 천양지차가 나지만 그래도 50% 이상인데 의회에 대한 신뢰도는 30%이다. 그리고 현역의원들을 재선시키겠다는 유권자들도 30% 선이라는 것이다.
그 이유때문인지 민주당 쪽에서는 5명의 상원의원들이 그리고 공화당 쪽에서는 6명이 재선을 포기하겠다고 나섰다. 중간 선거에서는 여당이 의석수를 잃게 마련이지만 높은 실업률을 해결하지 못한데다가 무리한 건강보험 개혁 추진으로 에드워드 케네디의 매사추세츠 상원 자리마저 공화당 후보에게 빼앗기는 이변마저 생기고 있다.
오바마의 얼굴에 주름이 더욱 늘어가는 것만 같다. 오바마 취임초의 화려했던 변화의 기치는 초라할 정도로 퇴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누가 하거나 어느 당이 집권한다 해도 별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이는 데서 인간의 한계를 본다.
남선우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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