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열렸던 82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어떤 의미에서는 참 재미없는 행사였다. 60년 만에 최우수 작품상 후보가 10개로 늘어나면서 볼거리도 풍성했고 주연상 후보에 오른 스타들의 면모도 여느 해보다 화려했지만 작품상, 감독상, 주연상, 조연상 등 행사의 하이라이트격인 주요 부분의 수상자들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전문가들의 예상과 맞아떨어지면서 이변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열린 ‘한국의 아카데미’ 대종상 시상식 결과와는 대조적이었다. 관계자들의 예상을 뒤엎고 봉준호 감독과 그의 영화 ‘마더’, 그리고 주연배우 김혜자가 모두 수상하지 못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적어도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중 하나는 받았어야 했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평이었다.
사실 대종상의 이변은 후보 선정에서부터 시작됐다. 타임지가 선정한 2009년 세계영화 베스트 10에 꼽혔던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작품상 후보에 못 오른 반면, 개봉도 하지 못했던 낮선 영화가 대신 후보에 올랐고 지난해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배우 하지원은 주연상 후보에도 끼지 못했다.
기자는 영화 평론가도 전문가도 아니지만 대상을 받은 작품과 마더를 모두 본 후 “도대체 심사위원들이 눈이 제대로 달린 사람들인가?”하는 의문을 품었다.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 심사지만 이건 좀 심하지 않나 싶었던 것이다.
그럴 리는 없다고 생각하며 하는 말이지만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는 박찬욱과 봉준호 감독을 보수적인 원로 영화인이 다수를 차지하는 대종상 심사위원들이 싫어하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두 감독은 민주노동당 당원이다). 사실 아카데미도 수상자를 두고 그동안 논란이 여러 차례 있었다. 백인, 남성 중심적이고 보수적인 심사 성격 때문에 당연히 상을 받을 만한 작품들이 그보다 못한 ‘무난한’ 작품들에 상을 내주는 경우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카데미가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이유는, 여우조연상을 받은 모닉(Mo’Nique)이 수상소감에서 “정치적인 것보다는 연기 자체를 평가해 준 심사위원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듯이, 최소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작품성과 연기를 무시하면서까지 외부적인 요인을 고려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박원영 / 뉴욕 지사 취재 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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