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동안 법정 스님이 쓰신 책들을 가까이 두고 읽었다. 그런 스님께 깊은 감사와 마지막 인사를 드리게 되었다. 정말 슬프다. 뉴욕에 지난 2001년부터 2003년도까지 매년 가을이 오면 찾아오셨지만 만나 뵐 수 있었던 기회를 그만 놓치고 말았다. 한 번도 뵙지는 못했지만 스님은 늘 큰 정자나무처럼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셨다.
뉴욕에 올 때마다 매번 헨리 데이빗 소로우(1817~1862)의 통나무집이 있는 월든 호수, 그 호숫가 옆 통나무집에 들리셨다. ‘한국의 소로우’ 라고 불리는 스님은 동양의 은자다운 모습 그대로, 그의 명성을 듣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자 더 깊은 산중으로 들어가 여전히 홀로 생활하셨다.
한 달에 한 편 쓰는 글로써 세상의 뭇 사람들과 소통해온 것이다. 법정 스님의 글이 전부 잠언으로 들리는 것은 오랜 수행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글을 읽을 때마다 “나는 수고하지 않고 수확을 거두는 농부와 같고, 때로는 오랜 수행의 결과인 그의 통찰력을 도둑질하는 기분이 든다”고 고백하게 된다.
한 장 한 장 넘어가는 책장 소리에서 그의 음성을 듣는듯 하였다. 그는 그런 점에서 홀로 살되 홀로 살지 않았다. 스님은 글을 통해 세상 모두와 연결되어 있었던 것이다.
“천지간에 적막한 산중에서 홀로 살아가는 그는 홀로 살면서 세상 만물과 함께 있는 삶을 살기를 원하는 내 꿈의 상징”이었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고 떠나신 모습에서 나는 매우 신선한 감동을 받았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차선자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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