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살아가는 동안 세월의 흐름과 죽음은 누구도 막을 수 없고 피할 수 없는 숙제다. 그러나 죽음을 통하여 의롭게 산사람의 이름은 영원히 남는다. 법정스님은 살아생전 무소유의 삶을 살며 사랑과 희망을 깨닫게 했다. 그런 스님이 한 줌의 재로 그토록 사랑했던 자연과 이승을 떠났다.
지난해에는 법정 스님과 비슷한, 고귀한 삶을 산 고(故) 김수환 추기경을 잃었다. 1년여 만에 법정스님의 입적으로 겨울바람을 맞는 듯하다. 추위에 아랑곳 하지 않고 수천 명이 서너 시간이나 길게 줄을 선 분향소 조문 행렬을 보며 스님이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준 무소유를 다시 느꼈다.
법정 스님은 인생 깨달음의 향기를 여러 권의 저서로 남겼는데 특히 산문집(무소유의 삶)은 올곧은 수행자로 인생의 방향을 제시했다. 많은 저서와 법문을 통해 세상이 어려울 때 희망과 용기를 주었다. 진정한 무소유는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의 상태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스님은 그 흔한 사찰 주지 한번 안했다고 한다. 병상에서도 자신이 기거하던 강원도 화전민의 오두막을 그리워했다고 한다. 또한 스님은 세상의 육체는 무소유였지만 그의 정신은 늘 자연과 인간에 대한 뜨거운 애정이 있었다.
한국 속담에도 천석군은 천 가지 걱정, 만석군은 만 가지 걱정이라는 속담이 있다. 그만큼 재산이 많으면 많을수록 근심이 많다는 뜻이다. ‘한번 뿐인 인생, 어차피 갈 인생, 인간은 서로 도와주고 서로 용서하며 살아갈 때 아름다운 세상이 되지 않는가. 법정스님을 떠나보내며 고통도 슬픔도 없는 극락정토에서 열반에 드시길 기원한다.
채수희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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