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학교 교사들의 모임에 참석했다. 그 자리에서 문득 15여 년 전의 일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한국학교 졸업반 담임을 맡았을 때의 일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8학년 졸업반 학생들은 자기 소개 하나 제대로 말로 표현하지 못했고, ‘장래의 희망’이나 ‘나의 부모’ ‘우리 가족’ 등의 글을 쓰게 하면 맞춤법은 엉망이거니와 겨우 초등학교 1, 2학년 수준의 글을 쓰던 학생들이었다.
“이 한국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 가고 결혼해서 아들 딸 낳으면 2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기 위해 한국학교에 보낼 사람?” 하고 물었더니 놀랍게도 학급 학생들 전원이 손을 번쩍 드는 것이었다. 이제 이들은 한국학교 학부모들이 되어 자기 자녀들을 어김없이 한국 학교에 보내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세종대왕이 만들어 놓은 한글이 그토록 훌륭한 언어라는 것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들은 한글이 지구상에서 가장 정보사회에 적합한 문자로 컴퓨터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정보사회를 이끌어 가는 문자라는 것을 알기나 하는 것인가.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이 지금 자기 자녀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고 또 실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얼마나 기특하고 대견한 일인가.
수십년 전 뜻이 있는 분들이 한글교육의 밭을 일구고 씨를 뿌리지 않았다면 오늘의 우리 자녀들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해진다.
이경희 / 교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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