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장만한 살림살이는 TV였다. 그때 우리 아이들은 초등학생들이어서 영어를 빨리 배워야 했기 때문에 영어 개인 교수를 TV가 대신 해 주리라고 생각해서 사 들인 필수적인 물건이었다.
점점 아이들이 TV와 지나치게 친해지더니 학교 공부를 등한시하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전쟁에 한계를 느낀 나는 TV 두 대를 모두 길에 내다 버리고 들어 와서 세 아이를 앞에 앉혀놓고 다시는 TV를 사지 않는다고 선언 했다. TV가 없는 집은 평화스러웠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들이 심심하다고 불평하기 시작했다. 심심하면 피아노를 치고 놀면 되지 않느냐고 말했지만 심심하기는 나도 마찬가지 였다.
어떻게 하면 잔소리 안 해도 아이들이 책과 친해질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솔선수범하기로 했다. 뜻도 잘 모르는 영문 잡지를 들고 읽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기를 28년이 지났다. 주위에서는 TV 없이 심심해서 어떻게 생활 하느냐고 묻지만 실은 나는 읽어야 할 글들이 매일 쌓여있다.
더욱 놀라운 일은 언제부터인가 내 손에 수백 페이지 되는 영문 고전 소설이 쥐어지게 된 일이다. 아이들 공부시키려고 시작한 TV 없애는 작업이었는데 내가 공부를 한 셈이었다.
강혜정 /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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