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금강산을 찾은 것은 8년 전 만산홍엽으로 가을이 무르익어 가는 10월 초순이었다. 지난 2002년 10월5일 LA 지역 평통자문위원과 한국인권문제연구소 회원, 그리고 오렌지카운티의 살롬 합창단원들을 포함한 106명이 일행이 되어 뱃길로 꿈에 그리던 금강산 관광길에 나선 것이다.
해외 동포사회에서 단체로 금강산 관광에 나선 것은 그때가 처음이라고 했다. 고국을 떠나와 살면서 조수미의 목소리만 들어도 눈시울이 붉어지기 마련인데 꿈에 그리던 그 ‘수수만년 아름다운 산’ 과 ‘그리운 만이천봉’을 직접 다녀오게 되다니 얼마나 벅찬 감동이었는지 모른다.
그 뒤로 미국과 유럽 어디를 다니면서도 보지 못한 아기자기하고 수려했던 금강산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금강산에도 봄이 왔는가? 그러나 인적이 뜸해진 계곡에 아직은 겨울이 떠나지 못하고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지난 1998년 11월18일 동해항에서 ‘금강호’의 뱃고동으로 시작한 금강산 관광이 2008년 7월 북한군에 의해 남한의 한 관광객이 피살된 사고가 일어난 이후 중단돼 왔는데 다음번에는 육로로 가자던 금강산을 어쩌면 다시는 못 가게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북한이 지난 8일 한국 정부가 금강산 관광을 중단하고 있는데 대한 조치로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부동산과 모든 시설을 동결하고 관리 인원을 추방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이 같은 조치에 대해 ‘남북합의와 국제법위반’이라고 항의하자 북한은 다시 응당한 권리행사라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그 자리에 중국 관광객을 채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에 북한이 취한 재산 몰수 등의 일방적 태도는 분명 잘못된 일이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 재개 여부는 전적으로 한국 정부가 풀어야 되는 일이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관광객 피살사건의 진상규명, 재발 방지책 마련, 관광객 신변 보장 등을 전제조건을 내세워 관광 중단을 계속하고 있었지만 실은 그것보다는 이 사업을 대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고 정주영 회장의 원대한 계획으로 시작된 금강산 관광은 장차 광범위한 남북 관광교류 협력으로 확대됨으로써 한반도 평화와 남북화해에 에 큰 공헌을 하게 될 것이었는데 일이 이렇게 되자 이 사업을 이끌어온 현대 아산의 파산위기는 물론 관광객 이동이 많았던 고성군이 월평균 20억원을 넘는 손실을 보는 등 강원도 지역 경제에도 큰 어려움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이명박 정부는 민족의 과제를 풀어나가는 일에 모르쇠로만 답하지 말고 그 어렵게 시작한 금강산 사업을 당대에 중단시키는 것이 과연 역사 앞에 옳은 일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도 매사를 감정적으로만 대응할 것이 아니라 그런 무리한 결정이 국제사회의 눈에는 어떻게 비추게 될지에 대해 성숙한 자세로 돌아보기 바란다.
6.15 공동선언 10주년이 다가오는 지금, 남북관계는 어느 때보다 숨통이 막혀 있고 금강산 문제 외에도 온갖 설과 추측이 마치 백령도 앞바다의 궂은 날씨만큼이나 우리의 시야를 가리고 있다.
이런 때 지난 국민의 정부시절 국가정보원장과 통일부 장관을 지내며 남북정상회담을 실질적으로 이끌어낸 임동원 전 장관이 LA를 방문한다. 얽혀 있고 꼬여 있는 한반도 문제에 대해 탁월한 대북 전문가인 그의 진맥과 처방이 기다려진다.
김용현 / 한민족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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