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인 어법에서 사실과 진실을 같이 병행해서 쓰는 경우가 많은데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면 별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비가 온다’는 문장은 사실과 진실을 동시에 표현하지만, ‘비가 많이 왔다’는 꼭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줄기세포로 불치병을 치료한다’는 주장은 ‘나만의 진실’을 사실로 포장하는 사기에 다름이 아니다.
CBS의 ‘60분’은 4월 18일 방영한 ‘21세기 뱀기름’을 통해서 줄기세포를 이용한 신종 의료사기를 보여주었다. 스스로 박사로 칭하는(영어권에서 공석에서나 사석에서 본인을 소개할 때 ‘Dr. 아무개다’라고 하는 사람은 대부분 의학박사이고 또 듣는 사람도 그렇게 여긴다) 로렌스 스토우라는 인물은 화학엔지니어링 부분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모빌석유회사에서 근무했으며 화학분야에 몇 가지 특허도 지닌 인물이다. 스토우는 1980년대에 노화를 지연시킨다는 이온수를 판매하다가 2003년부터는 줄기세포를 이용해서 일명 루게릭병(ALS), 다발성 경화증(MS) 등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환자들에게 적게는 몇 만 불에서 많게는 12만 5천불까지 치료비로 요구했다.
ALS는 신경말단 부분이 근육에서 떨어지면서 퇴화된 근육이 움직이지 않게 되고 나중에는 눈동자만 움직이다가 5년 이내에 사망하는 질병이다. 많은 과학자들의 집중연구에도 불구하고 현대의학은 물론이고 대체의학에서도 완치는 말할 것도 없고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는 방법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법이 일말의 희망을 주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 효과가 실현되려면 앞으로 짧으면 몇 년 길면 몇 십 년이 걸릴 수 있다. 현재로서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법은 백혈병을 제외하고 다른 질병치료에는 전혀 효과가 없고 부작용과 아울러 심각한 금전적 손실이 있을 수 있다. 미국이나 한국의 식품의약청이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는 임상실험을 제외하고는 판매 및 시술 허가를 내준 적이 없는 이유이다. 줄기세포연구에 가장 권위가 있는 국제 줄기세포학회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약 200여개 단체나 회사가 줄기세포를 이용한 만성질환 및 암치료 효과를 사실인 양 선전한다고 한다.
일전에 메릴랜드를 비롯한 여러 주에서 줄기세포 설명회를 개최한 한국의 모 생명과학회사는 스토우가 쓴 방법과 흡사하게 환자를 모집하는데, 훨씬 세련되고 조직적이고 다양한 분야에서 더 많은 돈을 받는다. 스토우가 환자를 규정과 단속이 엉성한 멕시코에 보내서 ‘줄기세포’ 시술을 했듯이 한국회사들은 환자를 중국과 일본으로 보낸다.
대부분의 사기는 어딘가에 있을 진실 혹은 먼 장래에나 가능한 진실을 일어났거나 진행 중인 사실로 믿게 하고 (주로 금전적인) 보상을 강제한다. 환자나 가족이 진실과 사실의 차이를 파악하기에는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절박함이 너무 크고, 한편으로는 박사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비싸게 받을 때는 뭔가 효과가 있으리라는 혹은 지금보다는 나으리라는 ‘권위의 진실’을 사실로 믿고 싶기 때문이다.
노아 고든이 쓴 ‘의사들’이라는 소설을 보면, 11세기 영국에서 이미 떠돌이 돌팔이들이 “중국 뱀기름-만병통치약”을 주장하는데, 사실은 포도주에 몇 가지 약재를 넣은 물약이었다. 옛날 시골 장터에서 보았던 약장사들의 “밀가루 반죽=만병통치약”과 난형난제라 할 만한데, 세상이 발전하면서 의료 사기도 나름대로지만 ‘과학적 진실(Pseudoscientific truth)’의 옷을 입는다.